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혬점원입니다.
지난주 화요일,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리사이틀 투어가 막을 내렸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 무대, 그는 그 누구보다 진심을 담아 관객을 만났습니다.
이번 공연은 그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의 여정이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이었으니까요. 작년, 마이스키는 척수 감염으로 전신이 마비되는 큰 병을 앓았습니다. 대수술을 받았던 그는 투어 때 마주치는 스탭들마다 붙잡아 목뒤의 수술 자국을 보여주곤 했는데요. 길게 난 흉터가 그의 고된 투병 생활을 짐작게 했죠. 그러나 마이스키는 6개월 넘게 첼로를 잡지 못한 시간 속에서도 음악의 의미를 되새겼고, 절망보다는 사랑과 인내로 그 시간을 견뎌내며 결국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오른 한국 무대, 매 공연 5~6곡의 앙코르(a.k.a 3부 공연)를 선보이며 음악으로 끝없는 사랑과 깊은 위로를 전했습니다.
“All you need is love.
무엇을 하든, 사랑을 담아 하는 것이 결국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 미샤 마이스키
오늘 하루, 구독자님의 마음속 어딘가에도 사랑이 머물다 가기를 바라며 잡화점 문을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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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클래식 공연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대부분 클래식 전용 홀에서 약 100분간 진행되는 리사이틀이나 오케스트라 공연이 익숙하실 텐데요. 공연장 분위기에 맞춰 단정한 옷을 입고, 조용하게 감상하는 것이 에티켓으로도 알려져 있죠.
하지만 모든 공연이 이러한 규칙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99호와 120호에서 소개해드린 파자마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관람하는 막스 리히터의 공연부터, 러닝타임만 16시간인 이고르 레빗의 리사이틀까지. 기존의 형식을 벗어난 새로운 공연이 많은데요. 오늘은 스탠다드에서 탈피한, 세상에서 가장 유니크한 클래식 공연들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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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긴 공연, 휴식이 필요해!
한밤중에 시작되는 공연을 들어본 적 있나요? 다가올 ‘2025 BBC Proms’의 <From Dark Till Dawn>(8/8) 프로그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오후 11시에 시작되어 오전 7시에 종료되는 공연입니다. 오르가니스트 안나 랩우드와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가 출연하는 이 공연은,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만큼 2번의 인터미션과 새벽 1시부터 운영되는 음료 바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요. 3시간 동안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이번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역시 인터미션이 2번이라는 사실!
🎫 특별한 반전! 이런 공연장은 처음이야!
무대의 모습을 새롭게 재구성한 공연도 있습니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관객석과 무대를 뒤바꾼 공연을 선보였었죠. 코로나19로 모든 무대가 중단되었던 그 시절, 아티스트는 빈 객석을 등지고 서서 노래하고, 관객들은 합창석과 무대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감상한 것인데요. 한편 최근 막스 리히터는 무대 4면이 스크린으로 채워진 공연장에서 연주했습니다. 무엇보다 독특했던 건 몰입을 위해 지정 구역을 제외하고 공연장 내에서 핸드폰 이용이 전면 금지되었다고 해요. 대신 극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선물했다고 하죠!
🌎 악기와 관객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음악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장소에서의 클래식 공연은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기도 하죠. 첼리스트 요요마는 ‘Our Common Nature’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등 광활한 자연에서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한편 묘지에서 열리는 독특한 공연도 있는데요. 미국 뉴욕의 지하 묘지에서 진행되는 클래식 공연인 <Death of Classical> 에는 알렉상드르 타로 등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112호에 소개드린 LA 필하모닉과 구스타보 두다멜의 코첼라 무대 또한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독특한 공연 장소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 관객의 참여로 비로소 완성되는 클래식 공연들
음악 전공생이나 프로 연주자가 아니어도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이 있습니다. 지난 잡화점에서 소개드린 적 있는 ‘2024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그대가 꽃이라면’의 싱어롱 공연은 대표적인 관객 참여형 공연이었고요. 이반 피셔가 이끈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2023 BBC Proms’ <Audience Choice>에서는 좌석 번호가 적힌 종이를 튜바(!)에 넣고 한 장을 뽑아 해당 좌석 번호에 앉은 관객에게 275곡 중 하나의 곡을 선택하게끔 해 프로그램을 완성하기도 했어요. ‘2022 크레디아 프롬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의 앙코르곡 또한 관객분들의 사전 투표 결과로 결정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두 피아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연주로 배틀을 벌이고, 관객이 직접 둘 중 한 명의 승자를 결정하는 <피아노 배틀> 공연도 파격적인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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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나 특이한 클래식 공연이 많을 줄이야🫢점원들도 이번 편지를 쓰며 깜짝 놀랐는데요. 이보다도 특이한 클래식 공연을 알고 계신다면, 언제든 제보해 주세요! 잡화점의 우체통은 언제나 열려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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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테너 존노의 네 번째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리사이틀 <기도>가 GS아트센터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초여름 따뜻한 햇살처럼 열정 가득했던 공연은 첫 리허설부터 출연진들의 집중도가 남달랐는데요. 솔리스트 3인과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마치 N 번 이상 같은 공연을 한 사람들처럼 찰떡 호흡을 자랑했고 16곡이 넘는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하는 고된 리허설 속에서도 존노는 음악적 디테일은 물론 동선과 연출 타이밍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리더’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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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사이틀은 GS아트센터 개관 이후 첫 대관 공연이기도 했는데요. 그래서였을까요? 무대를 만드는 스태프들의 각오도 남달랐습니다. 성악 리사이틀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히 가사 프롬프터를 생략했고, 공연 당일까지도 더 나은 연출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가 끊이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와 조명만으로도 오롯이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믿음으로 가장 클래식한 연출이 완성되었습니다. 백스테이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해피 바이러스로 가득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유쾌한 스몰토크 현장은 물론, 존노와 소프라노 이해원의 투닥투닥 남매케미, 팬분들이 정성껏 준비해 주신 서포트 도시락, 그리고 라비던스 멤버들의 깜짝 방문까지! 곳곳에서 웃음과 활기가 넘쳤답니다🤣
담당자가 뽑은 테너 존노 리사이틀 <기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첫 곡 ‘Kýrie, eléison(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였어요. 객석이 암전되고 오직 존노를 비추는 핀 조명만 남았을 때, 그 어떤 반주도 없이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에 백스테이지는 모두 숨을 죽이며 집중했습니다. 예상했던 그림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장면에 스태프들은 일동 무음 환호성과 에어 박수를 보냈죠 👏👏
1부는 중세 교회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등 거장들의 명작이 이어졌습니다. 존노의 깊이 있는 목소리와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포인트였죠. 특히 하프시코드를 과감히 생략하고 모든 연주를 피아노로 대체하면서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더욱 극대화했는데요. 상상 이상으로 공연의 의도와도 잘 어우러져 매 순간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했습니다. 이어서 2부에서는 보다 대중적인 음악들이 이어졌죠.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Meditation de Thais(타이스 명상곡)'이 시작되자마자 객석에서는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고, 소프라노 이해원의 따뜻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울려 퍼진 ‘Lux Aeterna(영원한 빛)’는 그 순간을 담기 위한 백스테이지의 촬영 열기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전 출연진이 함께한 ‘축복하노라’에서는 공연장의 모든 공기가 뭉클해지는 듯한 감동이 흘렀고, 감정이 북받친 존노는 연신 눈물을 흘렸습니다 😥😥 그렇게 앵콜곡 ‘시편 23편’까지 흐른 무대는 마치 한 편의 장엄한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라인으로 매 곡마다 무대 위 아티스트와 관객이 음악으로 깊이 교감하는 순간들을 연출했어요 🎤
‘진심’을 가득 담아 준비한 공연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관객의 마음에 닿는다는 걸 다시금 알게 해준 테너 존노 리사이틀 <기도>. 앞으로 펼쳐질 테너 존노의 홀리한 여정도 잡화점이 함께 ‘기도’할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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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클래식 음악을 주로 어디에서 들으시나요? 저는 요즘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을 애용 중이에요. 잡화점에서 여러 번 소개했었죠.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이름 그대로 클래식 음악에 특화된 스트리밍 서비스인데요. 지난 3월에는 ‘청취 가이드’라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작품에 대한 해설을 화면에 표시해 주는 것으로, 애호가뿐 아니라 클래식 초심자들에게도 작품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센스 있는 기능이에요!
또한, 저는 종종 애플뮤직 클래식의 음반 차트를 확인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클래식 차트에서는 스타 음악가의 음반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의 음반, 또 이미 고인이 된 거장의 음반들도 차트에 동시에 올라와 있는 걸 보게 됩니다. 덕분에 새로운 음악가를 알게 되기도 하고, 과거 거장의 명반을 듣는 기회를 갖기도 하죠. 결코 대중음악 차트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애플뮤직 클래식 차트 상위권에 오른, 하지만 잘 몰랐던 음악가들의 음반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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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 - 녹턴 20번 (연주: 저스틴 테일러)
하프시코드 연주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저스틴 테일러의 쇼팽 음반인 <Chopin Intime>이 5월에 2주 이상 1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뛰어난 하프시코디스트이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가는 아니에요. 최근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던 알리스 사라 오트나 조성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같은 스타 음악가는 더더욱 아니기에 관심이 갔는데요. 이번 음반에서 저스틴 테일러는 1839년에 제작된, 이른바 ‘피아니노’라고 불리는 작은 피아노로 쇼팽의 전주곡, 녹턴 등을 연주했습니다. 쇼팽이 사용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악기라고 하는데요. 쇼팽이 살던 시대의 쇼팽의 음악은 이런 음색이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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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르트 - 아르페지오네 2악장 아다지오 (연주: 로렌 캄페트)
지난 122번째 편지에서 특이한 독주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오늘 소개할 악기는 더블베이스인데요. 더블베이스 또한 독주 악기보다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앨범 <Âmes sœurs>는 더블 베이시스트 로렌 캄페트의 데뷔 앨범입니다. 수록된 슈만의 환상소품집과 베토벤의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변주곡은 이번 미샤 마이스키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이기도 했는데요. 첼로와는 또 다른 따뜻한 음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블베이스 특유의 조금 거친 사운드도 매력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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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번 주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전국 투어가 시작됩니다. 인천(6/12), 서울(6/14, 6/17), 성남(6/15), 대구(6/20), 김해(6/21), 대전(7/2), 천안(7/6)은 물론, 새롭게 추가된 고양(7/1)까지! 조성진이 선사하는 라벨 프로그램과 리스트, 베토벤, 버르토크, 브람스를 만나보세요.
✔️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위한 찬사🍀 6월 13일(금),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𝑷𝒆𝒂𝒄𝒆𝒇𝒖𝒍𝒍𝒚>가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집니다.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따뜻하고 다정한 음악들을 연주할 예정인데요. 콰르텟과 함께하는 진주(6/15) 투어까지 기대해 주실 거죠?
✔️ 오페라에 담긴 우리의 삶, 그리고 유럽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서촌풍류 시리즈 ‘유정우의 오페라 VIBE’의 4회차 렉처가 6월 12일(목) 펼쳐집니다. 이번 렉처에서는 자코모 푸치니의 <토스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 오는 6월 13일(금), 아트센터인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인천시립교향악단 제434회 정기연주회’의 협연자로 지휘자 여자경, 인천시향과 함께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선보입니다. 이어지는 6월 18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건반 위의 비르투오소’ 무대에서는 프로코피예프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또 한 번의 강렬한 협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6월, 박종해가 선사하는 협주곡의 향연에 함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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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양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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