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묘점원입니다.

혹시 ‘글렌 굴드상’을 아시나요? 캐나다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이름을 딴 이 상은 ‘예술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 인물이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인데요.

수상자는 무려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 첼리스트 요요 마, 재즈 아티스트 오스카 피터슨,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인 아브레우 박사, 작곡가 필립 글라스, 소프라노 제시 노먼 등 주로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이 상을 수상해왔습니다.

지난 3월 23일, 2년 만에 새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요. 영국의 가수 엘튼 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팝 아티스트로는 두 번째 수상자라고 하네요.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엘튼 존은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으며, 왕립 음악원에 입학하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라이온 킹의 주제가 ‘Circle of Life’의 작곡가이기도 하죠.

오늘 120호 편지는 글렌 굴드 상 소식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예술계 뉴스를 소개해 드릴게요. 그리고 구독자님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했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 데카 최연소 여성 아티스트부터 폴라음악상 수상자까지!

얼마 전 데카 클래식(Decca Classics)이 13세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히마리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히마리는 데카와 계약한 최연소 여성 아티스트라고 하는데요. 지난주 그녀는 베를린 필과의 첫 협연 무대를 마치기도 했죠. 한편, 소프라노이자 지휘자인 바바라 해니건의 폴라음악상 수상 소식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에른스트 폰 지멘스 상과 함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데요. 역대 수상자로는 안네 소피 무터, 로스트로포비치, 요요 마 등이 있습니다. 이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무대가 기대가 되네요. 

📢 지휘자 MTT, 은퇴 발표

80세의 거장,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MTT’라는 애칭으로 친숙한 그는 특히 번스타인 이후 대중에게 가장 흥미로운 음악 선생님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최장수 음악감독이었던 그는 80번째 생일을 맞이해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하는 4월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크레디아는 MTT의 첫 내한무대(2016)를 올린 적이 있어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는 3년 전 교모세포종 투병 사실을 밝힌 바 있죠. 최근 편지를 통해 종양의 재발 사실과 함께 은퇴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해 주었던 그였기에 건강이 회복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러닝타임만 20시간! 이고르 레빗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빗이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함께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4/24-25)에서 파격적인 공연에 도전합니다. 2020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선보인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 연주를 라이브로 재연하는 것인데요. 짧은 선율을 무려 840번 반복 연주하는 곡인 만큼 러닝타임이 무려 20시간에 육박합니다. (미니멀리즘 음악이 궁금하다면? 👉 CLICK) 관객들은 전체 공연 티켓 구입은 물론, 시간대별로도 관람이 가능합니다.

🤖 이 로봇만 있으면 나도 피아니스트?!

일본 소니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소가 피아니스트의 테크닉 연습의 한계를 돕는 ‘외골격 손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118명의 피아니스트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과제로 주어진 악보를 충분히 연습한 후 손가락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을 착용한 연주자들의 연주 속도가 단순한 동작만 수행한 연주가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하게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꾸준한 훈련이 신경 적응으로 이어진다’라는 것이 증명된 만큼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정체기를 겪는 음악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로봇이 널리 사용될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구독자님, 영화 좋아하시나요? 저는 평소에는 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해서 영화를 보고,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미리 캘린더에 적어두고 꼭 챙겨 보는 편이랍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나 음악 영화처럼 영화관의 큰 화면과 빵빵한 음향으로 즐겨야 더 만족스러운 기분이 드는 영화들이 있거든요. 

잡화점의 점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그런지 최근에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특히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일생을 그린 <마에스트로 번스타인>과 프랑스의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다룬 <라 비앙 로즈>, 그리고 재즈 아티스트 쳇 베이커의 삶을 그린 <본 투 비 블루>를 보고선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간 위대한 음악가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그리고 음악을 통해 스크린 안에서 다시금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답니다. 

여기에 더해 저 혬점원이 정말로 기대하고 있는 음악 영화 하나가 더 있는데요. 바로 지난 잡화점 85호와 90호에서 소개해 드린 적도 있는 영화 <마리아>입니다. 당시 안젤리나 졸리가 마리아 칼라스의 전기를 다루는 영화에 출연을 확정 지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 어느덧 개봉을 앞두고 있다더라고요. 

음악이 인생의 전부였고 무대가 존재의 이유였던 세기의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의 마지막 일주일과 혼신의 아리아를 담은 이번 영화는 <재키> <스펜서>에 이어 <마리아>로 ‘여성 3부작’ 필모그래피를 마무리하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작품이에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레미제라블>의 음악감독인 존 워허스트가 음악감독을 맡았고요. 7개월 간의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직접 오페라를 소화한 안젤리나 졸리의 압도적인 연기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 점은 마리아 칼라스의 아이코닉한 목소리를 정교하게 녹여내 그녀의 아리아를 재현했다는 것이에요. 영화 개봉에 맞춰 <마리아>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도 워너뮤직코리아에서 발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크린으로 한 번, 오디오로 한 번 더 날아오르는 불멸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만날 수 있겠네요!

[시사회 초대 EVENT 🎫] 영화 <마리아> 시사회

“스티커를 붙이는 센스가 인생의 센스이기도 한 거다.“ 드라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 등장하는 대사인데요. 저는 요즘 대사를 이렇게 바꿔 친구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음악을 선곡하는 센스가 인생의 센스이기도 한 거다.”

최근에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야만 들을 수 있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가 주목을 받았는데요. 채널명, 영상 제목 모두 공란으로 비워져 있어, 검색이 불가능한 플레이리스트죠. (이 링크는 제가 구독자님께 쏘는 겁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컨셉과 탁월한 선곡으로 첫 영상을 올린 지 2개월 만에 구독자가 45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나날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영상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오늘은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 드릴게요! 

𝙋𝙡𝙖𝙮𝙡𝙞𝙨𝙩 ♬ 클래식좀들어라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유쾌한 썸네일에 더해 ‘걍 살면 되지 않을까 클래식‘, ’8첩반상 클래식’ 등 특이한 제목의 영상을 올리는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채널 [클래식좀들어라]입니다. 센스 넘치는 채널 컬러 덕분일까요? 댓글을 살펴보면 이 채널을 통해 처음으로 클래식을 들어보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왜인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 클래식 음악, 그 장벽을 유쾌함으로 넘은 덕분이겠죠. 물론 유쾌함이 이 채널의 유일한 무기는 아닙니다. 짜임새 있는 곡 구성으로, 한번 영상을 클릭하면 꼼짝없이 끝까지 재생하게 될 거예요🌀

𝙋𝙡𝙖𝙮𝙡𝙞𝙨𝙩 ♬ 크클클TV 플레이리스트 시즌 2

구독자님, 크클클TV 유튜브 채널에도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업로드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특히 저는 [플레이리스트 시즌 2 : 영화같은 클래식의 순간] 시리즈를 가장 즐겨 듣습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플레이리스트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시리즈에 포함된 모든 곡은 음원이 아닌, 공연에서 발췌한 실황 녹음이기 때문인데요🎙️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는 바로 ‘테너 존노 오페라 아리아 & 가곡‘영상입니다. 마치 내 방이 공연장이 된 듯, 탁월한 미성이 고음질로 울려 퍼져 순식간에 황홀한 기분이 되죠. 테너 존노는 오는 6/4(수), 네 번째 솔로 앨범 <Preghiera> 발매를 기념하는 리사이틀도 앞두고 있으니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