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둥점원입니다.
요즘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휩쓴 콘텐츠가 있죠. 바로 챗GPT 기반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AI 지브리’인데요. 어떤 사진이든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주는 이 기술이 큰 인기를 끄는 동시에, 저작권과 창작 윤리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로 시작된 유행이 ‘창작자의 노력을 무시한 복제품’이란 의견과 팽팽하게 맞서게 된 것인데요. 더불어 과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AI 그림을 보고 “이것은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 말했던 것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AI 창작 논쟁은 미술뿐 아니라 공연계로도 확산되고 있는데요. 최근 고전 희곡 ‘햄릿’을 재해석한 창작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모델을 활용해 대본과 음악을 만든 사실이 알려지며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기도 했고, 며칠 전 내한한 아티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역시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AI가 사용되겠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개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복합적인 감정은 AI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언급하였습니다.
과연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은 앞으로 예술과 창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창작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기며, 121호 잡화점 문을 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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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클래식 음악에도 ‘노벨상’ 같은 상이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아마도 잡화점을 자주 방문해 주신 구독자님이라면 한두 개쯤 떠올리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폴라음악상, 글렌 굴드상을 비롯하여 비르기트 닐손 상, 소프라노 조수미가 수상한 그해 최고의 소프라노에게 주어지는 황금기러기상 등 구독자님께 다양한 연주자와 공연을 소개해 드리면서 언급한 적이 있거든요. 이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꿈의 무대처럼 여겨지는 상들이 있답니다. 오늘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가나 작곡가들, 무대 위 빛나는 순간들 외에도 그들의 음악을 ‘기록’하고 ‘인정’해주는 명예로운 상들에 대해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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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그라모폰 어워드 현장 ⓒColin D Mill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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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Ernst von Siemens Music Prize)
현존하는 음악계의 상 중 가장 높은 명예를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상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다니엘 바렌보임까지 음악사의 흐름을 이끈 거장들이 수상한 바 있습니다. 2024년에는 한국의 작곡가 진은숙이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적도 있고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상은 음악가의 철학과 업적을 아우르는 평가를 통해 수여되며, 단일 수상자에게 25만 유로(한화 약 3억 6천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비경쟁 클래식 음악상입니다💸
🏆 에이버리 피셔 상(Avery Fisher Prize) 에이버리 피셔 상은 미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연주자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상입니다. 이 상은 지휘자나 작곡가가 아닌 솔로 연주자 및 소규모 앙상블에게만 수여되며,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계 연주자들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상입니다. 타카치 콰르텟의 멤버이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2006년 젊은 음악가를 지원하는 부문인 '커리어 그랜트(Avery Fisher Career Grant)'를 수상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1992년 커리어 그랜트 부문 수상 후 7년 뒤 본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 그라모폰 어워드(Gramophone Classical Music Awards) 에른스트 폰 지멘스 상이 ‘클래식계의 노벨상’이라면, 그라모폰 어워드는 ‘클래식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만큼 높은 권위를 자랑합니다. 매년 뛰어난 음반과 연주자를 선정해 수여하는 이 상은 실내악, 협주곡, 오페라, 현대 음악 등 10개가 넘는 부문에서 수상이 이루어지는데요. 특히 앞서 소개한 상들과 달리, 예술가 개인뿐 아니라 그 작업물인 ‘음반’에 직접 상을 수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습니다. 2024년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 상’과 ‘피아노 부문 음반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도 했죠🎹
🏆 오푸스 클래식 상(Opus Klassik) 음악 및 미디어 업계의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30개 부문에서 우승자를 선정하는 오푸스 클래식 상은, 2018년에 시작되어 에코 클래식 상(ECHO Klassik)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상입니다. 2018년 에코 어워드의 힙합 부분에서 발생한 나치 미화 가사 수상 논란으로 인해 에코 어워드가 폐지되었고, 이후 더 엄격한 심사 기준과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며 오푸스 클래식 상이 새로 출범되었죠. 특히 오푸스 클래식은 학생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Opus Klassik School’이라는 부문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데요. 2024년에는 한국의 소프라노 박혜상이 ‘While you live’ 뮤직비디오를 통해 해당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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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일 수밖에 없기에 오늘 소개해 드린 상들이 음악가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예술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구독자님은 어떤 음악가를 오래 기억하고 싶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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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알게 된 건 13년 전, <언터처블: 1%의 우정>이라는 영화를 통해서였습니다. 영화는 에이나우디의 ‘Fly’가 흐르며, 파리의 밤거리를 질주하는 두 남자를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팬이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이름이 한국에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죠.
2017년, 첫 내한을 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제일 앞자리 티켓을 샀던 기억이 나네요. 감각적인 조명 연출과 하나의 연결된 작품 같았던 셋리스트는 저에게 감동과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아하고 세련된 DNA를 타고난 게 분명해”라며 흠모와 질투를 동시에 느꼈죠. 그리고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내한공연을 직접 한국에서 올리고 싶다”는 소망이 마음속 한켠에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드디어, 2025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내한공연의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여러 과정들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추후 기회가 되면 풀기로 하고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만큼 두꺼운 테크니컬 라이더(Technical rider, 공연시 필요한 요청 사항 리스트)도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준비할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우리 프로덕션 감독님은 자꾸 겁을 주더군요. “에이나우디 엄청 까다롭고 예민하대요. 장난 아니래~” 세계 탑 아티스트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멀리서 팬으로만 바라봐야 했던 건 아닐까’라는 살짝의 두려움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한편, 입국을 앞두고 에이나우디가 한식을 정말 좋아한다는 매니저의 메시지를 받고는 ‘최고의 한식을 맛보게 해주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그를 만난 순간, 감독님의 에이나우디가 까칠하다던 말은 루머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난 팬의 자격이 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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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던 에이나우디가 불쑥 물어봅니다. “혹시 코리안 싱잉볼(Korean Singing Bowl)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코리안 싱잉볼?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튜브 영상을 찾아 보여주는데, 절에서 보던 ‘좌종’이더라고요. 동료의 도움을 받아 무형문화재 장인이 만드는 인사동 방짜유기점을 찾아냈어요. 에이나우디는 그곳에서 징도 쳐보고, 신나게 꽹과리도 두드려 보며 한참이나 머물렀는데요. 그리고는 아주 진지하게 여러 크기의 좌종 소리를 들어보고, 사이즈별로 모두 구입하는 플렉스를 선보였죠. 에이나우디의 다음 앨범에서는 한국의 고요한 좌종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외에도 구독자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요. 중요한 건 에이나우디는 사진 속에서 보던, 그 따뜻한 미소 그대로의 사람이었다는 것이죠. 식사 자리에서 자신이 작곡했던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주거나, 오페라 지휘자였던 외할아버지가 라 스칼라 극장에서 지휘한 희귀한 영상도 직접 보여주기도 하고요. 인터뷰 때 곡에 대해 질문하는 음반사 직원에게 피아노로 직접 마디를 연주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한국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대만으로 출국하던 날. 언젠가 공연이 성사되면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오랜 팬으로서, 이 공연을 한국에서 올리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고. 수줍게 꺼낸 제 고백에 에이나우디는 제 손을 꼭 잡아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따뜻한 기억만 갖고 갑니다. 한국에서 꼭 다시 만나요.”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며, 오늘의 업무일지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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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작곡가는 음악을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얼마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에이나우디는 "피아노에 앉자마자 바로 음악이 써지는 경우도 있고, 영감만 떠오르는 상태로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작곡할 때도 있습니다. 때론 몇 달이 걸리기도 하죠."라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지멘스 상을 수상한 작곡가 진은숙은 창작에 대해 '벌레가 된 듯한 초라함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작품에 대해 고뇌하는 작곡 과정은 음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듯해요.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 한 곡을 완성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오늘은 각 작곡가의 작곡 속도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며칠 만에 악보를 그려내는 작곡가부터 수십 년에 걸쳐 작품을 완성한 작곡가까지. 물론, 작곡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작품이 시공간을 넘어 현재까지 구독자님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이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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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 현악사중주 제8번
빠른 작곡 속도하면 이들을 빼놓을 수 없죠! 헨델은 3부(총 53곡)로 이루어진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24일 만에 써 내려갔고요. 평생 800여 곡을 만든 비발디는 사보가의 사보 속도보다 빠르게 콘체르토를 작곡할 수 있었다고 해요. 특히 그는 오페라 <티토 만리오>를 단 5일 만에 완성했다고 하죠. 쇼스타코비치 역시 작곡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하는 음악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되기 전까지는 오선지에 옮기지 않았다고 해요. 그중 ‘현악사중주 제8번’은 드레스덴에서 전쟁 상흔을 목격하고 단 3일 만에 만든 곡인데요. ‘파시즘과 전쟁에 의한 희생자들에게’ 헌정된 이 음악. 보로딘 콰르텟의 연주로 들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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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하네스 브람스 - 교향곡 제1번
반면 브람스는 오랜 기간 신중하게 숙고하여 작곡했다고 해요. 그래서일까요? 108개의 교향곡을 남긴 하이든, 40곡 이상의 교향곡을 작곡한 모차르트와 달리 브람스는 단 4개의 교향곡만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 교향곡은 무려 21년 만에 완성되었어요. 43세가 돼서야 첫 교향곡을 발표한 배경에는 베토벤이 존재했다고 하죠.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위대한 거인(베토벤)의 발소리를 들으며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는가!”라고 심경을 토로했다고 해요. 하지만 브람스의 완벽주의자 기질 덕분일까요? 그의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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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촌의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즐기는 <2025 Live from 크클클>이 오늘(4/8)부터 시작됩니다. 올해 <Live from 크클클>의 첫 번째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한지호인데요. 생텍쥐페리의 걸작 <어린 왕자>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과 매칭해 챕터 별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공연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여기로
✔️ 세계 최정상 첼리스트이자 도이치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인 미샤 마이스키가 돌아옵니다. 그의 딸이자 피아니스트인 릴리 마이스키와 함께하는 이번 리사이틀은 두 사람이 듀오로 함께 한 20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4/9(수) 티켓이 오픈될 예정이니, 이들의 특별한 음악 여정을 가장 먼저 선점하세요. 🎻
✔️ 지난 호에 진행된 [구독자 초대 EVENT 🎫] 영화 <마리아> 시사회 이벤트에 보내 주신 구독자님들의 뜨거운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는 개별 문자가 발송 완료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구독자님들을 위한 다양한 선물에 진심인 잡화점이 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벤트이즈킵고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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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양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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