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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 혬점원입니다.
얼마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25-26 시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LSO)의 ‘아티스트 포트레이트(Artist Portrait)’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티스트 포트레이트’는 LSO가 매 시즌 한 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협연, 실내악, 리사이틀, 해외 투어 등 다양한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으로, ‘상주 음악가’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조성진은 2024-25 시즌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에 이어 이번 LSO 아티스트 포트레이트까지 선정되며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세계적인’,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실감 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조성진은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라벨의 모든 독주 피아노 작품과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전 세계 공연장에서 라벨 프로그램으로 월드 투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년 만의 리사이틀 전국 투어를 통해 라벨 피아노 독주곡 프로그램 및 리스트, 베토벤, 버르토크, 브람스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모두 선보인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만날 생각에 무척이나 설레네요.
따뜻한 봄바람이 기분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실어 오기를 바라며 잡화점 122호 문을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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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다 보면 각 악기가 내는 소리가 궁금할 때가 있지 않나요? 여러 악기가 하나가 되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지만, 모든 파트가 항상 선율에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서촌 마치: 디토 오케스트라 금관 5중주> 공연에선 트럼본 연주자가 “무대에서 가장 길게 대기해 본 시간”이라는 물음에 “곡이 시작하고 15분을 기다렸다가 단 한 번 불렀다“라고 답하기도 했어요. 😂
이처럼 주선율보다는 뒤에서 곡을 더욱 풍성하게 꾸며주는 악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악기가 주연이 되는 협주곡이 있는데요. 관악기와 타악기는 물론, 어떤 악기든 협주 악기가 될 수 있죠. 오늘은 흔하진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흥미로운 협주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만 오케스트라와 연주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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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파니 무대 맨 뒤에 위치해 있던 이 악기. 제2의 지휘자라고 불리는 팀파니가 독주 악기로 등장하는 협주곡이 있습니다. 6개의 팀파니를 위한 협주곡(드루세츠키)부터, 두 명의 팀파니스트를 위한 협주곡(필립 글래스)까지 의외로(!) 다양한데요. 그중 베를린 필의 팀파니스트 출신인 베르너 테리헨은 작곡뿐만 아니라 직접 팀파니 연주자로 나서 무대를 선보였다고 해요. 무대 중앙에서 선율을 노래하는 팀파니 소리에 집중해 보세요.
🪈 리코더 한 번쯤 학창 시절에 리코더를 연주해 본 적이 있을 텐데요. 리코더가 바로크 시대엔 가장 인기 많은 악기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흐, 텔레만 등 많은 바로크 시대 음악가들이 리코더를 위한 음악을 남겼죠. 그중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은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입니다. 익숙하기에 소박해 보이던 악기. 리코더 장인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 하모니카 하모니카를 위한 협주곡도 있습니다. 최초의 하모니카 협주곡은 1951년 발표된 미하일 스피바콥스키 작품인데요. 이후 브라질 작곡가 빌라-로부스도 하모니카에 매료되어 하모니카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해요. 손바닥만 한 작은 악기가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3악장으로 구성된 이 음악을 듣고 있자면 남미의 한가운데에 온 듯한 기분이 드네요.
🎼 악기가 아닌 음악재료 악기만 협주곡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리로이 앤더스 ⌨️ ‘타자기 협주곡’에서는 기계식 타자기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요. 영화 <와호장룡> OST를 작곡한 탄둔은 물을 튀기고 첨벙이며 연주하는 💧‘워터 콘체르토‘와 종이를 털며 소리를 내는 📄‘페이퍼 콘체르토’를 선보였어요. 한편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앤디 아키호는 탁구 경기를 할 때 나는 소리를 타악기로 삼은 작품 🏓’리코셰’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탁구선수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게임의 재미는 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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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주곡을 뜻하는 콘체르토는 라틴어 concertare에서 유래한 이탈리아어로, ‘논쟁하다’와 ‘협력하다’라는 이중적인 뜻을 함께 어원으로 삼고 있다고 해요. 여러 악기가 서로 대립하고, 때론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콘체르토의 매력일 테죠. 협주곡 이외에도 음악적 대화를 나누는 조합은 무궁무진합니다. 곧 내한하는 현악사중주 타카치 콰르텟과 소프라노 박혜상의 흔치 않은 만남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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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말이 있죠. 과거에는 이 말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왔지만, 요 근래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이 전문성이나 창의력으로 연결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특히 최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발표하는 콘텐츠인 ‘오타쿠 발표회’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만약 클래식 작곡가들이 이런 발표회를 연다면 어떤 주제들이 펼쳐질까요? 오늘의 취향일지에서는 ‘작곡가들의 가상 오타쿠 발표회’를 진행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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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레스타 덕후 차이콥스키
차이콥스키는 악기 ‘첼레스타’ 마니아였습니다. 첼레스타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악기 제작자 오귀스트 뮈스텔에 의해 발명된 악기인데요. 건반으로 철제 울림판을 때려 연주하는 타악기로 영롱하고 신비로운 소리를 내는 악기죠. 우리에게는 해리포터 OST에 사용된 악기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첼레스타의 소리를 처음 접한 후, 자신이 먼저 이 악기를 사용한 곡을 작곡하고 싶다는 욕심에 다른 작곡가들에게 이 악기가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는데요. 결국 프랑스 외부에서는 처음으로 작품에 첼레스타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부분적으로 사용되었고, 특히 '설탕요정의 춤 (Dance of sugar plum fairy)' 에서 그 부드럽고 신비로운 음색이 잘 드러납니다🧚🏻♀️
🕊️ 새 덕후 올리비에 메시앙
프랑스의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새 덕후’인데요. 전 세계의 새 소리를 수집하여 악보로 옮겼다고 합니다. 음악가로서의 재능을 ‘새 덕질’에 적극 활용했던 것이죠. 그가 작곡한 다양한 새에 관련된 곡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새의 카탈로그'인데요. 올빼미, 종달새, 마도요 등 새 13종의 소리를 표현한 피아노곡 모음집입니다. 이 곡은 단순히 새의 울음을 표현한 데 그치지 않고, 새를 둘러싼 환경까지 표현한 풍경까지 세밀히 묘사했다고 평가받고 있죠🐦
🏔️ 하이킹 덕후 구스타프 말러
구스타프 말러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스스로를 ‘Singer of Nature’, 즉 ‘자연을 노래하는 자’라고 칭할 만큼, 자연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죠. 특히 그는 산길을 걷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말러는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작은 오두막에서 작곡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곳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매일 울창한 고산 지대를 걸었는데요🛖 그 속에서 자연에 대한 깊은 사색을 통해 ‘개개인은 더 큰 질서, 즉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자연의 일관된 조화 속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등의 명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 버섯 덕후 존 케이지
우리에게 <4분 33초>라는 곡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는 저명한 ‘버섯 덕후’ 였습니다. 특히 그는 작곡가 친구를 보기 위해 1959년 이탈리아를 찾았다가, 유명 텔레비전 퀴즈쇼에 출연하게 되었는데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답을 맞히면 상금을 타게 되는 형식의 퀴즈쇼에서 존 케이지는 파이널 라운드의 질문인 “미국 곰팡이 연구소에서 확인한 백색 포자 느타리 24종의 이름을 모두 말하시오”라는 질문에, 알파벳 순서까지 외워 정확히 대답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케이지는 균류에 대한 상당한 전문성을 이어받아 ‘균류에 관한 교류 위원회(People-to-People Committee on Fungi)’ 동부 지부의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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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종교가 없어도 마음이 소란할 때면 자연스레 찾게 되는 음악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하게 무언가를 염원할 때면 마음속으로 온갖 신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요? 둥점원은 무교임에도 마음을 다스려야 할 때면 반야심경을 하염없이 틀어두거나 ‘종교음악 추천’을 유튜브에 검색하곤 한답니다. 4월 21일, 바티칸의 제266대 교황이자 ‘가난한 이들의 성자’라 불리었던 첫 신대륙 출신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였습니다. 오늘은 그의 선한 마음을 닮은 시대별 종교 음악을 소개해 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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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노 - Sicut cervus
이 작품은 교회 음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르네상스 시대 최고 작곡가 중 한 명인 팔레스트리나의 대표적인 성가이자 모테트입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네 성부가 모두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선율이 특징인데요. 특히 테너 존노가 네 번째 음반을 통해 이 작품을 1인 4역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며 원곡과는 또 다른 독창적인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접근 방식이 다른 원곡과 비교해 들으면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가 되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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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 야일로 - Ubi Caritas
노르웨이 출신의 현대 음악 작곡가 올라 야일로는 국내에서는 합창곡인 Dark Night of the Soul로 잘 알려진 작곡가입니다. 그의 다양한 곡 중 ‘Ubi Caritas’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화성이 매력적인 곡으로 그가 고등학생 시절,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인 모리스 뒤뤼플레의 동명 작품 ‘Ubi Caritas’를 듣고 받은 감동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곡인데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북유럽 특유의 오묘한 색채가 연상되어 마치 아름다운 오로라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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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 음반 발매를 기념한 국내 리사이틀 전국 투어가 6~7월 열립니다. 6/14(토), 6/17(화) 서울에서 2일간 열리는 예술의전당 공연의 티켓은 4/23(수)~4/24(목) 오픈됩니다. 상세 티켓오픈 공지 사항은 여기서🔗
서울 외에도 인천(6/12), 성남(6/15), 대구(6/20), 김해(6/21), 대전(7/2), 천안(7/6)에서도 조성진의 연주를 만날 수 있답니다.
✔️ Beyond the Magic! 세계의 스테디셀러 <디즈니 인 콘서트> 투어가 4월 30일 경주를 시작으로 광주(5/2), 익산(5/3), 세종시(5/5), 거제(5/15)까지 전국 각지에서 디즈니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5/10(토)~5/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 티켓은 거의 매진 임박이니 서두르세요!
✔️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함께 하는 가족음악회 <핑크퐁 클래식 나라>의 어린이날 연휴 기간인 5/3(토)~5/5(월) 진행됩니다. 어린이날 서울 강동아트센터(36개월 이상 관람가) 공연을 비롯해 구미(5/3, 전체관람가), 부천(5/4, 36개월 이상 관람가)에서도 열리니, 클래식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싶다면 놀러오세요~!
✔️ 클래식 봄 축제, 서울 스프링 실내악페스트벌이 올해로 19회차를 맞았는데요. 첼리스트 문태국이 4/29(화)~4/30(수)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두 개의 실내악 공연에 참여합니다.
✔️ 크레디아클래식클럽의 인기 강의 시리즈로 자리 잡은 <서촌풍류>,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4월의 마지막 강의는 을유문화사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중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그 주인공입니다. 열정적인 강의로 항상 인기가 많은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강의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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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양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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