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경험한 사람은 굴복하지 않아요”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윈터 온 파이어: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2013년 겨울 우크라니아에서 일어난 시위인 ‘유로마이단 혁명’을 다루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면서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과 자유를 오랫동안 갈망해 왔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사실 우크라이나라는 이름을 접하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죠. 1991년 소련의 붕괴 즉,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며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15개의 연방공화국들도 독립을 하게 되면서 부터니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러시아 음악가들 또한 사실은 이 연방공화국 출신들이 많다는 것 혹시 아셨나요? 구소련 출신으로 알고 있는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세계적인 지휘자 故 마리스 얀손스, 안드리스 넬슨스가 바로 소비에트 연방이었던 라트비아 출신입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는 더 많은,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탄생했는데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스뱌토슬라프 리히테르,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나탄 밀스타인과 같은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우크라니아 출신의 연주자들인데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차이콥스키는 아버지가 우크라이나 혈통으로, 그의 몇몇 작품들은 우크라이나 민요 선율을 따와 작곡하기도 했다죠. 또한 우리에겐 손열음으로 친숙해진 작곡가 카푸스틴도 우크라이나 출신입니다.
사실 러시아 음악을 이야기할 때 우크라니아 키이우(키예프)와 오데사와 같이 예술적인 역사가 깊은 도시를 빼먹을 수 없으니까요. 위의 언급한 음악가들 중 오데사와 키이우 출신이 많고요.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의 마지막 곡의 이름도 ‘키예프의 대문’이란 것 아셨어요?
평화가 없는 기쁨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
문화와 예술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많은 음악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키신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올리기도 했고요. 다소 격앙된 그는 “침략 전쟁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차 대전 후 벌어진 뉘른베르크 재판 같은 전범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밝혔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자선콘서트를 지난 6일 열었고요. 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상임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도 우크라니아를 위한 평화 콘서트를 6일 올렸습니다.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 본인이 상임으로 있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홀 무대에서 베토벤 9번 합창 지휘 전에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무대는 정치적 언사를 해선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환희와 형제애를 노래하는 이 음악을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연주할 수 없습니다.
평화가 없는 기쁨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폭력과 증오, 전쟁에 반대합니다."
러시아 연주자 Out! 🇷🇺 🙅 전 세계는 지금 격분 중 🇺🇦
러시아의 침공에 비판이 쏟아지면서, 클래식계 역시 친(親) 푸틴 예술가와 단체 보이콧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데요.
음악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푸틴의 친구로 알려져 있는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이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상임으로 있는 뮌헨 필하모닉과 명예 지휘자로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에서 즉시 해임됐습니다. 세계적인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공연도 계속 취소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발레를 비롯 러시아 음악가들의 공연을 취소 중입니다.
조성진의 깜짝 빈필 데뷔 🎹
이에 대한 여파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깜짝 빈필 데뷔를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당초 2월 25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게르기예프 지휘로 데니스 마추예프의 협연의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공연 전날 지휘자와 협연자를 야닉 네제 세겡과 조성진으로 급히 변경했습니다. 조성진의 경우, 공연 당일 베를린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고 하죠. 연습할 시간은 단 75분뿐이었다고. 라흐마니노프 2번을 연주한 그의 리뷰는 호평 일색,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갖는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또한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SC)’도 5월에 열릴 행사에 러시아 가수의 참여를 금지했습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 아바(ABBA)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스타들을 배출한 ESC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할 때 올해 대회에 러시아를 참가시키는 것은 대회를 더럽히는 것”이라는 강력한 서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음악은 계속됩니다 🎈
최근 한 소년이 호텔 로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러시아의 진격 소식이 들려오던 날 촬영된 것인데요. 소년이 연주한 곡의 작곡가이자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 필립 글래스는 “이 곡을 정치적인 음악으로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이제 그렇게 됐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으며, 공동작곡가 폴 레오나르도 모건은 “극도의 혼란에서 선율을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950만회를 넘기며 널리 확산됐고, 2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전 세계를 울렸습니다.
이제 오늘의 소식을 마치며, 앞서 언급했던 <윈터 온 파이어>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은데요. 이 다큐멘터리에는 시위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가장 많이 외쳤던 말은 바로 ‘자유’였습니다.
그리고 유독 한 인터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자유를 경험한 사람은 굴복하지 않아요”
자유의 가치가 온전히 회복되길 바라며, 오늘의 소식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