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솔점원입니다.
이번 호는 구독자님께 보내는 저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마지막 원고를 쓰고 있자니, 며칠 전에 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가 떠오르네요. 20세기 초 프랑스의 한 가상도시,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편집장 아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저널리스트들이 한데 모여 마지막 호를 완성하는 내용입니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엉뚱하고 위트 넘치는 내러티브가 마치 잡지 속 활자들이 어지럽게 쏟아지며 마음을 간지럽히는 듯합니다. 앤더슨 감독이 알록달록한 글씨로 ‘동경하는 그 시절’에 보내는 러브레터 같기도 하고요. 영화를 보는 내내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그의 러브레터에 웃음이 났습니다.
지금 구독자님은 어떤 표정으로 잡화점의 편지를 읽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기다리던 소식을 받아 반가운 얼굴이실까요? 아니면 익숙한 일과에 파묻혀 무덤덤한 얼굴이실까요? 어떤 표정이든 좋습니다. 잡화점은 지금처럼 구독자님의 일상에 스며든 그런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며칠 전 한 예능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간의 오감은 서로의 영혼을 더 들여다보고 돌보아주기 위해 발달되었을 지도 모른다고요. 잡화점을 보고 어딘가 마음이 동한 적이 있으시다면, 점원들도 구독자님의 영혼을 돌보는 데에 성공한 셈이죠.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동안 제가 써보낸 글자들이 구독자님의 하루에 일렁이는 잔물결이라도 되었다면 저는 그걸로 매우 행복할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언제 겨울이 있었냐는 듯 봄의 해가 손등 위로 빛을 쏘아 대겠죠.
그때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잡화점의 편지를 열어보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잡화점 46호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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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별들의 무대’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스타 영화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또는 운동선수들의 올스타전? 아마도 가장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셀럽들의 무대를 통칭하는 말이겠죠.
기돈 크레머, 바딤 레핀, 사라장, 미샤 마이스키, 유리 바슈메트 등 그야말로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한데 모인 베르비에 페스티벌처럼 잡화점의 본진, 크레디아도 별들의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첫 번째로 2018년 첫 ‘스타즈 온 스테이지’ 무대를 올렸는데요. 임동혁, 김선욱, 선우예권, 황수미, 김수연, 김봄소리, 문태국, 이상 엔더스, 클럽M, 노부스 콰르텟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클래식 스타들이 실내악 드림팀을 결성, 하루 종일 음악과 함께 하는 마라톤 콘서트였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은 젊은 연주자들을 매니지먼트하는 민간 기획사들을 소개하는 자리기도 했답니다. 한국의 뛰어난 연주자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이 스타들이 빛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뛰는 민간 기획사들도 알리고 싶었거든요.
이듬해인 2019년에는 임주희&장유진 듀오, 양인모&문태국&벤킴 트리오 그리고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이라고도 불리며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앙상블 디토가 참여했는데요. 한 무대에서 듀오-트리오-콰르텟을 모두 선보이며 실내악의 다양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실내악은 어렵다’라는 편견이 조금은 사라졌을까요?
3년 만에 다시 올리게 되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는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팬텀싱어 3를 통해 이름을 알린 떠오르는 스타들인 존노와 박현수, 그리고 백화점이든 KTX이든 드라마에서든 한 번쯤은 들어본 그 멜로디, 유키 구라모토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리고자 해요. 3일간 대중가요, 재즈, 뉴에이지까지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선물하는 새로운 장르의 무대가 될 예정입니다.
가왕에 올랐던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박현수(4/1)는 감미로운 음색과 어울리는 재즈와 가요들을 선보이고요. 존노(4/2)는 그의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반영하듯 대중음악 콘서트를 준비하며 변신을 꾀하는데요, 존의 팔색조 매력이 기대됩니다. 오랜만에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유키 구라모토(4/3) 공연에는 첼리스트 홍진호가 함께 하여 가슴 설레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구독자님은 이번 세 번째 스타즈 온 스테이지에서 기대되는 무대나, 2023년, 24년 스타즈 온 스테이지 무대에서 보고 싶은 스타가 있으신가요? 자유롭게 의견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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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잡화점 식구인 존노, 대니 구에 이어 박현수가 MBC<복면가왕>에 출연하게 되었을 때 솔직한 마음은 기대반, 걱정반이었습니다. 방송계는 마치 라잌 험난한 정글! 프로그램 특성상 준비할 것도 많고, 코쿤(코드쿤스트)이 말했듯이 없던 개인기까지 만들어주는 무서운 개인기의 방이 있다고 익히 들어 걱정을 더했죠.
복면가왕은 먼저 연주자의 선곡을 받습니다. 선곡한 곡을 못 부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부를 수 있었어요. 그 중 방송에서 선보이지 못한 곡들은 이적의 ‘정류장’과 자이언티 버전의 박지윤 ‘성인식’ 등이 있었답니다.
방송에서 부를 곡들은 미리 녹음해서 음원을 보내고, 합주 때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가게 되는데요. 합주 장소에 도착하면 일단 차에서 대기하고, 이 때 처음 가면을 만납니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가면을 쓰고 다녀야 해요. 화장실을 갈때도, 집에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가면은 얼굴 피부처럼 익숙하게! <복면가왕>의 최강 보안, 이미 유명하죠?!
<팬텀싱어 3>때부터 음악 방향을 지도해주시는 권태은 음악감독님이 계셔서 합주는 아주 편안하고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개인기의 방! 작가님을 따라 어딘가로 저벅저벅 향합니다. 친절하지만 왠지 모르게 무서운 작가님은 웃으면서 뭐든 다 시켜 보시더라고요. 춤도 추고, 성대모사도 해보고, 비트박스도 해보고요. 그리고 (코)트럼펫도 했습니다 🎷🤣
앉아서 하는 개인기가 있지 않았었냐고 옆에서 살짝 말했을 뿐인데 바로 요가 매트를 펴주시는 작가님들의 행동력은 정말 소오름…#프로정신_리스펙트 이 개인기는 막내 작가님의 최애 개인기가 되어 새벽 4시까지 반복청취하셨다는 자랑스러운(?) 비하인드를 전합니다. 방송에서는 센스있는 CG와 함께 우리 시대 가장의 비애를 아주 잘 표현해주었죠.
‘가장’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박현수는 가면 복도 있었던 듯합니다. ‘아빠는 월급쟁이’라는 컨셉이 박현수의 마른 체격과 중저음 목소리와도 어울렸고, 선하고 왠지 모르게 응원하고 싶은 컨셉이었어요. 판정단 중에서 김구라씨가 특히 너무나 애정을 가져줬습니다. #감사합니다땡큐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진 녹화 탓에 스태프들은 점점 좀비처럼 몸이 늘어졌지만, 각 라운드를 통과할 때마다 너무나 신나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간중간 헤어 메이크업을 수정할 때마다 방송국 헤메팀 선생님들도 열렬히 응원해주셨고요. 하지만 결국 이날은 가왕에 등극, 가면을 벗지 않아 열심히 수정한 헤어메이크업은 쓸모가 없어졌지만 모두 기쁨을 나누느라 정신 없었답니다.
퇴근하는 새벽 차안에서 가왕 박현수는 너무 기뻐 소리를 크게 질렀다고 해요. 다음날 3시간을 겨우 자고 <2022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공연을 위해 롯데콘서트홀에 다시 모였는데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바로 이런걸까요,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쳤다던 동화 속 그의 마음을 200%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가왕의 신분이 되어 다시 녹화장을 찾았을 때, 분장실 크기도 3배는 더 크고, 방송에서만 보던 가왕석이 분장실에 있었어요. 분장실에서 녹화 모니터링도 할 수 있었고요.
방어전에서 부른 노래는 이소라 ‘처음 느낌 그대로’. 편곡도 잘 되고 노래도 너무 좋았는데, 3라운드 도전자 ‘작은 아씨들’이 폭발적인 음색으로 판정단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결국 170대 가왕, 딱 1회만 느끼고 가왕의 자리에서 내려와 가면을 벗었습니다. 담당 작가님은 거의 울먹이시고, 스태프들도 마음을 추스리기 어렵게 너무 아쉬웠는데요. 그래도 박현수는 만족해하며 주변 스태프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설날 연휴 직전 가왕이 되어 점원들에게 새해 선물을 선사한 박현수, 뭐든지 다 잘 하는 그와 함께할 올해가 더욱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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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돌아오는 영화인들의 최대 관심사, 3월 27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의 음악상 후보가 얼마 전 발표되었습니다. 작년에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작품 <소울>이 음악상을 수상한 데에 이어, 올해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엔칸토 : 마법의 세계>가 후보에 올랐죠. 이 외에도 <돈룩업>, <듄>, <페러렐 마더스>, 그리고 <파워 오브 도그>의 음악들이 올해 오스카 트로피를 두고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60년 만의 리메이크로 기대를 모았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작품상 등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음악상에는 노미네이트되지 않았죠. 올해 음악상의 주인공은 어떤 작품이 될지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참고로,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제로 꼽히며, 골든글로브 작품상이 오스카 트로피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도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후보작 중 한스 짐머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듄>이 음악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번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음악 감독들 중, 이전에도 다른 작품으로 노미네이트된 적이 있는 감독들의 음악들을 소개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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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페인 출생의 작곡가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 <페러렐 마더스>로 2022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인데요. 두 사람은 <내가 사는 피부>, <그녀에게> 등 25년간 작품 활동을 함께한 영화 파트너죠.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면서 라틴의 색채를 더해 특유의 서늘한 스코어를 발표해왔던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 섬세한 피아노와 현악기가 돋보이는 그의 음악은 스파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하는데요. 그가 참여한 냉전시대 스파이극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스코어는 스산한 분위기와 인물들의 절제된 감정에서 나오는 고독함을 배로 만듭니다. 84회 아카데미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고 2012년 유러피안 음악상, 겐트 영화제 올해의 OST 상을 받은 이 영화 음악,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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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로, 라디오헤드 노래 대부분을 작곡한 조니 그린우드는 <상실의 시대>, <케빈에 대하여>, <너는 여기에 없었다> 등 수많은 영화의 음악을 맡기도 했죠. 특히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과는 <데어 윌비 블러드> 이후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 <주눈>까지 여러 편의 영화에 함께 해 왔는데요,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관계와 닮은 듯하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 <팬텀 스레드>도 폴 앤더슨 감독의 영화로 1950년대 런던의 고급 의상실을 배경으로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과 연인이자 뮤즈인 알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들을 보는 재미,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라인에 몰입을 돕는 음악까지! 90회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작이자, 지난 2018년 4년 만에 빙판으로 돌아온 김연아의 아이스쇼 갈라 프로그램에 사용되어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은 House of Woodcock 들어볼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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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박현수가 MBC <복면가왕>에서 ‘아빠는 월급쟁이’로 출연하여 가왕에 등극, 어제 가면을 벗어 정체를 공개했습니다! #ㄴ(°0°)ㄱ #상상도_못한_정체! 가왕 박현수의 무대는 4월 1일 (금) 스타즈 온 스테이지 - 박현수 ‘자화상’ 공연에서 이어집니다 😍 #못다푼_비하인드와_무대도_이날_대방출?!
◼ 2002년 워너 데뷔 음반 발매 이후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피아니스트 임동혁! 3월 10일 워너 6집 슈베르트 음반 발매와 이를 기념한 리사이틀 투어로 곧 찾아옵니다. 5월 24일 (화) 예술의전당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 슈베르트를 위하여> 공연은 이번 주 23일 (수) / 24일 (목) 각각 선오픈 / 일반 오픈됩니다. 🎫
◼ 연주자들의 #시즌비시즌 을 파헤쳐 보는 시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활약 중인 첼리스트 문태국이 3월 3일 (목) 오후 6시 롯데콘서트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라이브를 진행합니다! 문첼로와 소소하고 재미난 대화 나누실 분 여기여기 모여라~ 👍
◼ 공연으로 먼저 만나는 따뜻한 봄날🌸 바로 오늘(2/22), 롯데콘서트홀 <봄날음악회>에 출연하는 라비던스와 2월 26일 (토) 원주문화재단 치악예술관에서 열리는 클래식 콘서트 <다시, 봄>에 함께하는 박현수! 이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성큼 다가온 봄날을 미리 즐겨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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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 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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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솔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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