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둥점원입니다.
2025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클래식 음악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19회 쇼팽 국제 콩쿠르 본선이 시작됩니다. 특히 올해는 1927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 개최 100주년과 연결되는 특별한 해라 더욱 관심이 뜨거운데요. 점원들도 ‘우승자 콘서트’ 티켓팅에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n초 만에 사라지는 좌석들에 다시 한번 쇼팽 콩쿠르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오른 진출자는 총 85명, 그중에서도 아시아권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한국은 이혁, 이효, 이관욱, 율리아 나카시마(한/일 복수국적)까지 총 4명이 이름을 올렸고 일본은 13명, 중국은 무려 29명이 본선에 진출하며 글로벌한 관심을 입증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성진이 우승을 거머쥔 2015년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4위를 차지했던 에릭 루가 10년 만에 다시 출전한다는 점도 이번 대회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더불어 잡화점에서 쇼팽 콩쿠르 관련 구독자 이벤트도 준비 중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단순한 경연을 넘어서 세계를 잇는 무대에 선 한국 피아니스트들의 건승을 응원하며, 132호 잡화점의 문을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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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8번째 편지에서 ‘현의 마녀’로 불렸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죠. 레번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정경화. 그 후 58년이 지난 지금, 바로 내일(9/24) 열리는 서울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미주 투어를 선보입니다.
이번 간담회는 2017년 바흐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 이후, 8년 만에 진행된 공식 간담회였는데요. 음악가로서의 삶부터 8년 만에 카네기홀에 다시 오르는 그녀의 소회까지. 음악을 넘어 인생을 대하는 정경화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주옥같은 이야기가 가득했던 그 순간을 구독자님께 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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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만, 그리그, 프랑크의 소나타. 이번 공연에서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이올린은 노래하는 악기예요. 사실 이 세 곡 모두 ‘로맨틱 뮤직’이잖아요. 개인적으로 노래할 때 가장 아름다운 레퍼토리가 낭만주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습니다.
그중 프랑크 소나타는 거의 대표곡이 된 것 같아요. 한창 프랑크를 공부할 때가 20대였는데요, 4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을 살펴보면 인생을 담은 그림 같아요. 사실 5~60대가 되어도 인생이 어떤 건지 잘 모르거든요. 늘 앞으로 어느 길을 가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기 마련인데, 프랑크의 소나타는 한 편의 대화 같아요. 특히 레치타티보(3악장)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나를 생각하며 여태까지의 경험을 이야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저는 평생 프랑크 소나타를 연주할 거 같아요. 할 말이 많으니까요.
🎻 작년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20대의 정경화 선생님 인터뷰 영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20대의 정경화와 현재의 정경화의 음악과 연주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10대에는 수줍었지만, 가족들이랑 있을 때는 저 자신을 굉장히 강하게 표현했어요. 다만 음악을 공부할수록 점점 나 자신이 줄어드는 거예요. 배울 건 너무 많고, 아는 건 너무 적으니까요. 그땐 거대한 바닷속에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얼마나 울면서 공부했는지요. 특히 어렸을 땐 테크닉 철저히 공부하고, 음악에는 완벽이 없는 것을 알지만 바이올린은 될 수 있으면 완벽하게 연주하려고 했어요.
그 이후에는 사실 아픈 곳이 많았어요. 손도 다쳤고, 사고로 다리도 다쳤지만 돌아보면 모두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무반주 전곡으로 카네기홀에 설 수 있었던 것도 5년간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5년 동안 매일 저녁 머릿속으로 선율을 달달 외웠거든요. 그러니까 쉬워지더라고요. 악기가 있으면 악기 소리에 쏠려서 절제를 못 해요. 5년 동안 힘들었지만, 큰 레슨을 받았죠. 다만 완벽은 없다는 것 아시죠?
🎻 영혼의 동반자라고 하신 케빈 케너와 함께 무대에 오르십니다. 두 분의 호흡은 어떠신가요?
정경화) 저는 직통, 직관적인 성격이에요. 케빈 케너는 완전히 반대죠. 케빈은 학자같아요. 하지만 그렇기에 서로 밸런스가 잘 맞아요. 특히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면 굉장히 흥미로운 음악이 나옵니다.
케빈 케너) 성격뿐만 아니라 어쩌면 저희는 음악 접근 방식에 있어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음악을 통해 지향하는 비전은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프랑크 소나타는 어떤 연주자보다 정경화 선생님 연주를 들었을 때 큰 감동을 받고, 무엇보다 음악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살아있으며, 유기적인 것임을 느껴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런 파트너십을 통해 가치 있는 음악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기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대화를 하고, 그 우정 속에서 저희의 음악같은 열매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한다면요?
한국의 음악 수준은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나 다 그렇죠. 한국 사람의 독특한 재능과 개성이 정말 대단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자신만의 독특함을 끌고 가면 한국을 쫓아갈 나라가 없어요. 어느 분야나 재능이 뛰어나죠. 제가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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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 대전, 인천까지 <필리프 헤레베허 &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b단조 미사’> 한국 투어가 무사히 마무리되고 일요일에 모든 단원이 출국했습니다. 이번 무대는 이들이 19년 만에 한국에서 바흐의 b단조 미사를 선보인 자리였는데요, 말 그대로 찬란하고 아름다운 연주 덕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오늘은 이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이들과 함께했던 지난 8일을 돌아보며 투어 일지를 써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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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해외 오케스트라는 한 항공편으로 입국해 공항에서 한 번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단원들이 유럽 또는 세계 각지에서 따로따로 들어와, 아침부터 인천공항 1터미널로, 오후에는 1·2터미널을 모두 오가며 연주자들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 덕에 점원들은 하루 종일 공항과 호텔을 몇 번이나 오가며 정신없이 움직여야 했지요. 입국장에서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푯말을 본 낯선 외국인이 다가와서 연주자인가? 했는데 이 오케스트라의 오랜 팬이라며 반가움을 표현한 일화도 있었습니다.
이후 이어진 일정은 숨 돌릴 틈이 없었어요. 세 번의 리허설과 세 번의 공연. 휴식일 없이 이어진 6일간의 일정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리허설룸과 무대에서 울려 퍼지던 바흐의 음악은 모든 피로를 잊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단원들 역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강남역 맛집 탐방 등 짧은 시간을 쪼개 한국 투어를 최대한 즐기는 듯 보였어요. (한국 음식에 빠진 헤레베허는 같은 고깃집을 무려 5번이나 방문했다는 사실!) 그 덕분인지 단원들 모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등 한국어 인사말을 직접 익혀 유창한 발음으로 스탭들에게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 특히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예린 미라(Yerin Mira)는 스위스와 한국 혼혈의 연주자로 외국인 단원들 사이에서 유창한 한국말이 들려와 더욱 반갑고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인천에서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에는 단원들과 짧게 회포를 푸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지휘자님을 포함하여 모두 한국의 맥주 한 캔씩을 손에 들고 말이죠. 특히 헤레베허는 한국의 멋진 공연장에서 세계 최고의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연주자들뿐 아니라 저희 점원들에게도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땡큐 코리아”라는 말이 그동안 점원들의 수고를 모두 보상해 주는 듯했습니다.
입국일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출국하는 날에도 모두가 각자 다른 항공편을 타고 흩어졌는데요. 버스가 1터미널과 2터미널을 차례로 들러서 연주자들을 내려주고, 진짜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순간은 아쉬움 속의 따뜻한 작별이었습니다. 이렇게 8일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투어가 끝났는데요. 연주자들은 떠났지만 헤레베허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가 전해준 b단조 미사의 울림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을 것만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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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첼리스트 홍진호입니다.
제가 지난 9월 4일 <City Melody>라는 제목으로 미니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총 다섯 곡의 자작곡이 실려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을에 더욱 잘 어울릴 것 같은 두 곡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가벼워진 공기, 투명한 햇살과 높은 하늘, 그리고 귀여운 구름을 보며 이제 정말 가을이 왔음을 체감합니다.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이 아름다운 계절에는 나에게 꼭 맞는 음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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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호 - Tokyo Window
어릴 적 저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습니다. 할머니 집은 산 아래 작은 동네에 있었고, 바람이 불면 산의 공기가 골목 안으로 스며들며 나무와 흙냄새로 동네가 가득 찼습니다.
골목 어귀에는 일본식 가옥이 하나 있었는데, 언제나 닫혀 있는 대문 너머로 낡은 연못과 선명한 색의 물고기들이 보였습니다. 주황빛, 흰빛, 은빛의 움직임은 마치 공기 속으로 색이 번져 나가는 것 같았고, 한참을 멍하니 보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가옥에 관한 이야기는 동네 어른들의 조각조각 난 말 속에 있었는데, 일본에서 온 사람이 살았었다거나 오래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중간에 끊기곤 했습니다. 더 묻지는 않았지만, 말들 사이의 공백은 오히려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일본 도쿄에서 우연히 그 기억을 닮은 집과 마주했습니다. 차가운 건물들 사이에 서 있던 목조 주택, 눈 덮인 나무의 질감이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이 눈앞 풍경과 겹쳐지며 하나의 시가 되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남기고 싶어 시로 그리고 음악으로 옮겼던 그 장면.
겨울에도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처럼, 서늘한 가을 바람에 문득 떠오르는 사랑의 기억이 여러분의 마음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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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호 - 오래된 다리(Winter Sanctus)
'오래된 다리'(Winter Sanctus)는 제가 쓴 첫 무반주 첼로 솔로곡입니다. 연주자와 듣는 이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첼로라는 악기는 사실 온전히 혼자일 때 그 깊이감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외롭고 고단했던 때의 감정을 담기에는 첼로 한 대면 충분했습니다.
독일 유학 초반, 이탈리아에서 온 신부이자 저의 어학원 동기 코라디노는 저에게 아주 큰 의지가 됐던 친구였습니다. 집을 구하지 못해 꽤 긴 시간 고생하고 있던 저를 수도원에 초대해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었던 마음이 참 예뻤던 친구. 그때 그 수도원에서 아주 오래된 성가 ‘태양의 찬가’를 듣게 되었지요.
1224년경에 쓰인 이 성가는 제가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선율만으로도 깊은 위로와 치유를 전해주었습니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던 그 감동에, 결국 제 자작곡 '오래된 다리'(Winter Sanctus) 속에 성가를 인용하게 되었지요.
최근 제가 접한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희곡 <바이 하트> 역시 그 기억과 닮았습니다. 작품 속에서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문학을 낭독하는 장면은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기억의 힘을 보여줍니다. 수도원에서 들었던 찬가와 '바이 하트' 속 시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시작되었지만, 기억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의 힘을 상기시켜 줍니다.
제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담은 멜로디 하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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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과 고양에서 뜨거운 환호 속 마무리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무대가 바로 내일(9/24),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집니다! 공연은 9월 26일, 통영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오랜만에 리사이틀 무대로 돌아옵니다. 지적인 피아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제레미 덴크와 함께 하는 이번 공연에서 바흐, 베토벤, 베를리오즈로 구성된 특별한 프로그램을 연주합니다. 오늘 티켓오픈! 얼리버드 할인도 놓치지 마세요.
✔️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이 인천시향과 함께 9월 26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27일에는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선보입니다. 첼리스트 문태국은 성남시향(9/23), 그리고 대전시향(10/1)과 협연을 선보일 예정이며,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강남마티네콘서트(10/2) 무대에 오릅니다✨
✔️ 블링블링 캐치! 티니핑 심포니의 반짝이는 무대가 9월 27일, 음성으로 찾아갑니다. ‘캐치! 티니핑’ 전 시즌부터 영화 <사랑의 하츄핑> OST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를 만나보세요🪄
✔️ 디토 체임버 앙상블이 9월 25일, 대전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루카 파울리시와 함께 2025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 무대를 장식합니다.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에 발맞춰, 비발디의 ‘사계’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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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양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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