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현점원입니다.
얼마 전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의 게스트로 등장해 화제에 올랐습니다. 오프닝 무대에 오른 이들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영화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 번스타인의 ‘맘보’ 등을 선보였고요. 콜드플레이와 함께 뛰며 ‘Viva La Vida’를 연주해 독특한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어색하지만 왠지 반가운 두다멜과 콜드플레이의 만남.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들의 인연은 꽤 오래전인 2016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함께 출연하며 시작되었다고 해요.
두다멜은 이번 무대가 “단순히 노래를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음악의 힘을 통해 변화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자리”라고 말하며 콜드플레이와 같은 믿음을 공유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순간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음악의 힘을 기억하며, 131번째 잡화점 문을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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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 본진 ‘크레디아’ 사옥의 지하에는 아늑한 스튜디오인 ‘크레디아클래식클럽’(이하 크클클)이 있습니다. 이 공간에는 멋진 그랜드 피아노도 하나 구비되어 있는데, 저희는 그 피아노를 ‘뵈젠이’라고 불러요. 피아노의 브랜드가 ‘뵈젠도르퍼’이기 때문입니다. 😊
정명훈 지휘자는 뵈젠도르퍼 피아노에 대해 “스타인웨이를 보르도 와인이라 한다면 뵈젠도르퍼는 부르고뉴 와인 중에서도 아주 좋은 것"이라고 말하며 뵈젠도르퍼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는데요. 와인처럼 피아노도 그 라벨마다 음색이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오늘은 음악가들이 사랑하는 피아노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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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젠도르퍼 피아노를 연주하는 리스트 © 뵈젠도르퍼 공식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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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뵈젠도르퍼와 리스트
‘뵈젠도르퍼’는 1828년 오스트리아의 이그나츠 뵈젠도르퍼가 설립한 이래로 지금까지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합니다. (현재는 야마하에 인수) 19세기 당시, 수백 개의 피아노 중 오스트리아 황실 전담 피아노로 선택되었고, 작곡가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가 사랑한 피아노로 유명한데요. 그의 격정적인 연주를 유일하게 견뎌낸 피아노라고. 리스트는 “뵈젠도르퍼의 완벽성은 내 기대를 뛰어넘었다”라고 말하며 평생을 뵈젠도르퍼만 고집했다고 해요. 97개의 건반을 가진 ‘뵈젠도르퍼 임페리얼’ 모델은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부소니의 요청으로 탄생했는데요, 스릴러 영화 <그랜드 피아노>에서 가장 비싸고 섬세한 피아노로 소개되기도 했어요.
이후에도 뵈젠도르퍼는 많은 거장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재즈의 전설 오스카 피터슨,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 그리고 오늘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에 이르기까지, 뵈젠도르퍼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 스타인웨이와 호로비츠 독일 태생 가구 제작자 하인리히 슈타인베크가 1853년 설립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명징하고 풍부한 음색은 많은 연주자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공연장의 98%가 스타인웨이의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국가를 불문하고 클래식 공연에서 스타인웨이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피아노로 자리 잡았죠. 그중에서도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는 스타인웨이를 선호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만으로 연주하겠다는 고집을 부렸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투어 공연에서도 거리나 비용을 상관하지 않고 맨해튼 아파트에서 콘서트장으로 피아노를 꺼내 운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피아노에게 ‘뷰티(Beauty)’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고요. 미켈란젤리 또한 투어를 위해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일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피아노가 망가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이후에는 스타인웨이를 두 대씩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들 외에도 아르헤리치, 랑랑 등 시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것이 바로 스타인웨이의 피아노입니다.
🎹 야마하와 칙 코리아
아마 오늘 소개한 브랜드 중 가장 친숙한 브랜드가 아닐까 싶은데요. 1887년 일본에서 오르간 제작으로 출발한 야마하는 1900년대 초 피아노를 만들기 시작, 현재 가장 큰 피아노 제작사이기도 합니다. 2010년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로 개발된 CFX는 2010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공식 피아노로 채택된 바 있죠.
야마하와 가장 관련이 깊은 음악가라면 재즈 거장 故 칙 코리아(Chick Corea)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1970년대 야마하의 CP 시리즈 전자피아노로 퓨전 재즈의 명곡들을 연주했고, 말년에는 CFX를 애용하며 “내가 원하는 모든 색채를 표현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야마하는 실제로 칙 코리아의 연주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악기를 발전시켜 왔는데요. 야마하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추모문을 통해 “우리 악기와 함께 역사를 만든 인물”이라고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 파치올리와 안젤라 휴이트
194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파치올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파치올리 피아노를 설립했습니다. 파치올리는 피아노의 한 대의 피아노를 제작하는 데 2년까지 걸릴 정도로 장인정신이 깃들어있는 피아노로, 독특한 음색과 탁월한 터치감으로 많은 연주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21세기 바흐 연주의 권위자로 불리는 안젤라 휴이트는 대표적인 파치올리 연주자입니다. 그녀는 파치올리가 제작한 F278 피아노를 자신의 몸처럼 여기며, 17년간 대부분 이 피아노로 자신의 연주곡을 녹음해 왔는데요. 2020년, 악기를 운반하는 인부들이 그녀의 피아노를 옮기는 과정에서 악기가 완전히 부서져 그녀는 “내 피아노가 피아노 천국에서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을 정도로 비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파치올리는 그녀를 위해 5대의 피아노를 새로 제작했고, 안젤라 휴이트는 그중 한 대를 선택하여 지금까지 연주를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오늘 소개드린 피아노 외에도 베히슈타인, 가와이, 쉼멜, 자일러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피아노들이 연주에 사용됩니다. 같은 연주자라 하더라도, 그 연주자가 어떤 피아노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같은 곡도 전혀 다른 색으로 빚어지는 것, 이런 점이 클래식 연주의 가장 어렵지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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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요즘! 특히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 신화는 자연스럽게 대중들을 뮤지컬 장르로 이끌었습니다. 유구한 연뮤덕인 둥점원이 가장 감격했던 부분은 샤롯데씨어터, 블루스퀘어,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극장 뮤지컬에만 흥미를 느끼던 사람들이 중소극장 뮤지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는 창작 초연부터 실존 인물 바탕의 작품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답니다😍
수많은 극 중에서도 잡화점 점원에게는 클래식 작곡가를 다룬 작품이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둥점원이 관람한 극만 정리해 봐도 ‘황금별’,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등의 넘버로 유명한 스테디셀러 <모차르트!>, 살리에리의 시점으로 두 예술가의 치밀한 심리 묘사를 담아낸 연극 <아마데우스>, 살리에리와 그의 ‘질투’를 의인화한 젤라스, 모차르트와의 이야기를 그린 <살리에르>, 베토벤과 가상의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그의 청력 상실 과정과 부성애를 섬세하게 표현한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베토벤의 작품을 넘버로 녹여내며 화제가 된 <Beethoven Secret> 그리고 서곡이 정말 매력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소문, 종교재판 등을 다룬 <파가니니> 까지! 다양한 스토리와 인물을 다룬 작품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점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몇 작품이 있는데요. 구독자님에게만 살짝 공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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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 : 스트라빈스키가 발레단 ‘발레 뤼스’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후, 전쟁을 피해 스위스에 정착해 있던 시기의 예술적 고뇌와 삶을 다룹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적 영감인 ‘슘’이라는 역할이 키포인트죠. 그의 불멸의 역작 <봄의 제전>, <페트루슈카>는 물론, 배우와 피아니스트가 함께 네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마지막 넘버가 압권이랍니다.
📚<안나, 차이코프스키> :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발레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이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구성 덕분에 눈과 귀가 모두 즐겁습니다. 다양한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해 차이콥스키의 내면을 파고드는데요. 특히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핵심 인물 ‘안나’와 차이콥스키의 우정이 너무 아름답다는 사실😥
🎻<라흐마니노프> : 교향곡 1번의 실패로 은둔하던 라흐마니노프에게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이 찾아오며 전개되는 스토리로, 따뜻한 울림을 전합니다. 특히 니콜라이 달이 완벽한(?) 비올라 실력을 뽐내는 장면을 놓치지 마세요😏 극 중 니콜라이가 라흐마니노프에게 건네는 말들이 관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눈물이 절로 나니, 손수건 필수!
시대가 변해도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클래식 작곡가들의 이야기🎻 다음엔 또 어떤 작곡가가 무대 위로 새롭게 구현될까요? 객석에서 함께 마주할 그날을 저 역시 기다리고 있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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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구독자님이라면 ‘올해의 음악대학 입시곡’이라는 오늘의 주제도 의외로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매년 이맘때쯤 발표되는 각 음악대학의 입시곡들은 한 해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작은 풍경 같거든요. 저 역시 피아노 전공생으로서 입시를 준비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입시생이 아니게 된 후에도 ‘아, 요즘은 이런 작품을 공부하는구나’ 하고 흥미롭게 살펴보게 된답니다.
오늘은 올해 발표된 입시곡들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두 곡을 골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어쩌면 구독자님의 플레이리스트에 슬쩍 추가될 새로운 발견이 될지도요!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건투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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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를랑제 - 에튀드 콘체르탄테 2번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도 잘 안 잡히는 낯선 작곡가 프레데리크 데를랑제(Frederic d’Erlanger)의 에튀드가 2026학년도 연세대학교 피아노과의 예심 지정곡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보통은 쇼팽, 리스트, 베토벤 등 예상 가능한 작곡가들의 작품이 입시곡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발표는 많은 학생들을 놀라게 했을 것 같아요. 데를랑제는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작곡가로 일한 N잡러였다고 하는데요, 피아노 독주곡 외에도 오페라, 실내악, 다수의 관현악곡을 남긴 그의 작품을 올해의 입시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학생들의 테크닉은 기본이고, 폭넓은 시야 및 창의적인 해석 능력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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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 - 우울한 세레나데
차이콥스키의 우울한 세레나데(Serenade Melancolique, Op.26)가 2026년 서울대학교 바이올린 전공 2단계 실기곡 중 하나로 발표되었습니다. 그가 남긴 불후의 걸작으로 꼽히는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2악장의 멜랑콜릭한 분위기를 예고하는 듯한 느낌의 이 곡은 차이콥스키 특유의 애수 어린 선율과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빛나는 곡이에요. 곡 제목처럼 ‘멜랑콜리(우울)’의 정서가 곡을 감싸고 있고, 바이올린이 노래하듯 풀어내는 긴 호흡의 선율이 특히 인상적인 곡이라 학생들의 음악성과 표현력을 중점적으로 보기 위한 곡이 아닐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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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진행된 [도서 증정 EVENT 📕] <클래식이 알고 싶다: 인상 카페 편> 이벤트에 보내 주신 구독자님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는 개별 문자가 발송 완료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잡화점에서는 구독자분들을 위한 알찬 이벤트를 준비할테니 앞으로도 많.관.부! ❤️
✔️ 9월 4일, 첼리스트 홍진호의 새로운 미니앨범 <CITY MELODY>가 발매되었습니다✨️ 파리, 서울, 도쿄 등 다양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마주한 감정과 기억을 담아낸 음악이 가득한 앨범을 지금 바로 감상해보세요!
✔️ 데뷔 70주년을 앞둔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만드는 특별한 무대! 12/17(수) 펼쳐질 공연의 티켓이 9월 11일 오픈됩니다. 두 거장이 만들어낼 환상적인 하모니를 놓치지 마세요🎼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그리고 그녀의 음악적 동반자인 케빈 케너의 한국 투어가 시작됩니다. 평택(9/13), 고양(9/21), 통영(9/26)을 포함해 서울 롯데콘서트홀(9/24) 공연까지 전국의 관객분들께 감동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 고음악의 거장 필리프 헤레베허, 그리고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가 펼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인 ‘b단조 미사’ 무대가 9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집니다. 바로 이어 대전(9/19), 인천(9/20)에서 펼쳐질 투어 무대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크레디아클래식클럽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렉처 시리즈 <서촌풍류> 시즌 2가 티켓 오픈되었습니다. 오픈되자마자 간송미술관 시리즈는 전회차가 매진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을유문화사 ‘현대 예술의 거장’, 유정우의 오페라 VIBE도 소량 남아있으니 서두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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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양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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