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혬점원입니다.
불꽃놀이가 파리의 밤하늘을 수놓은 지난 7월 14일, 에펠탑 앞 ‘르 콩세르 드 파리’ 무대에 오른 한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그 밤을 더 빛나게 했습니다. 올해 롱-티보 콩쿠르 우승자인 김세현이 프랑스 혁명기념일 기념 행사에 초청되어 수만 명의 시민들과 TV 생중계를 지켜보는 이들 앞에서 연주를 펼친 건데요. 얼마 전 콩쿠르 우승 기념 간담회에서 만났던 바로 그 연주자가 파리를 대표하는 축제의 메인 무대에 선 모습을 보니, 그가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김세현은 이번 무대에 유일한 피아니스트로 초청받은 데다가, 아이다 가리풀리나, 엘리나 가랑차, 고티에 카퓌송, 김봄소리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함께 출연한 무대였기에 더욱 뜻깊기도 했죠.
최근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해외에서 먼저 우리 문화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르 콩세르 드 파리’도 그중 하나였을 것 같아요. 세계 무대 한가운데에서, 지금 우리의 음악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으니까요.
그 순간의 여운을 안고, 오늘도 잡화점 문을 열어두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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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가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한국 투어를 비롯한 오랜만의 미주 투어를 준비합니다. ‘현의 마녀’로 불렸던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일대기를 연도별로 정리해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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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시작
1967년 5월 17일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핀커스 주커만과 공동 우승을 차지합니다. 레벤트리트 콩쿠르는 현재는 폐지되었지만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에 매우 명망 있는 국제 콩쿠르로,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 같은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바로 이 콩쿠르에서 우승했어요. 당시 음악계는 유태인 파워가 강력했고, 유태인인 핀커스 주커만의 우승이 유력했는데요. 하지만, 결선 진출자의 연주를 다시 한번 들어보는 끝에 이례적으로 정경화와 핀커스 주커만에게 공동 1위를 수여하기로 합니다.
👑 대타로 나간 무대, 전설이 되다
1970년 5월 정경화는 갑작스럽게 이차크 펄만의 대타로 런던 심포니와의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지휘는 앙드레 프레빈, 예정 곡은 차이콥스키 협주곡이었지만, 리허설에서 단원들은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하며 텃세를 부리죠. 정경화는 당황하지 않고 멘델스존 협주곡을 완벽하게 연주해 버리고, 오케스트라의 시선은 단숨에 바뀌었습니다. 평단의 호평 또한 이끌어 낸 이 공연은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 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동양인으로서는 두 번째 데카 레이블 계약을 딴 연주자가 되었죠. 이를 계기로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 프로코피예프 등 수많은 주옥같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런던심포니와 녹음하게 됩니다.
👩🏻🏫 부상, 그리고 멘토로
1980-90년대는 활발한 실내악 연주는 물론 EMI로 이적하여 발표한 앨범들은 내는 앨범마다 그라모폰상, 디아파종 상 등 유수의 음반상을 휩쓰는 등 정경화의 전성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2005년 갑작스러운 손가락 부상으로 오랜 활동 중단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후 줄리어드에서 5년간 후학 양성에 힘쓰게 됩니다.
🎻 재기, 정경화의 인생 3막
정경화는 2010년, 아쉬케나지 지휘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협주곡으로 무대에 복귀합니다. 1년 뒤에는 'She is back'이라는 타이틀로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열고, “연주 인생의 3막”을 선언하죠. 이후 2015년에는 그녀의 평생의 숙원사업이라고 여긴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워너클래식에서 발매합니다. 이 앨범은 플래티넘을 기록하죠.
🎶 그녀의 커튼콜을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로 77세가 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8년 만의 카네기홀 복귀 무대 및 미주 투어를 시작합니다. 데뷔 58년 차에도 여전히 현역인 그녀는, ‘영혼의 동반자’라고 부르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동양인 여성 연주자로서 전쟁터 같은 음악계를 평정, 그리고 부상과 복귀 여러 굴곡에도 여전히 꿋꿋이 감동을 전하고 있는 우리 시대 멘토, 이번 무대는 정경화의 음악 인생을 듣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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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전국의 독서인들을 한데 불러 모은 행사가 있었죠. 바로 2025 서울국제도서전입니다. 저 양점원도 이번에는 다독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도서전에 다녀왔는데요. 도서뿐 아니라 어떤 장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지 인사이트를 얻어올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클래식 관련 서적들이었는데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눈에 들어오는 클래식 서적들을 통해 점점 늘어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기쁜 마음으로, 클래식과 음악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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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점원: 이타가키 지카코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일본의 유명 클래식 기획사 ‘가지모토(KAJIMOTO)'의 매니저였던 이타가키 지카코가 쓴,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故라두 루푸에 관한 책입니다. 그는 오직 ‘그 순간의 음악’을 추구하며 녹음과 음반 발매를 꺼리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아 ‘침묵의 피아니스트’라 불리기도 했죠. 이 책은 그와 교류한 음악가, 조율사, 매니저, 작가 등의 증언들이 담겼는데요. 조성진, 정경화, 미샤 마이스키, 안드라스 쉬프 등 연주자들이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 둥점원: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중 리처드 버클『니진스키』, 정준호『스트라빈스키』
연극·뮤지컬 덕후인 제가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을 보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는데요. 시간 관계상 생략된 감정선을 살펴보기 위해 그들의 생애를 다루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현대 음악계와 무용계를 뒤흔든 두 거장의 파란만장한 삶과 이들이 활약한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들과 함께, 두 거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획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그리고 ‘발레 뤼스’를 다룬 책 『댜길레프의 제국』도 살포시 추천합니다😚
📘 혬점원: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수많은 OST의 작곡가 히사이시 조와 뇌과학의 권위자이자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가 만나 음악에 관해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읽어본 이 책. 히사이시 조가 음악에서 가장 중요히 생각하는 부분부터 인간이 음악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까지, 유쾌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유쾌한 대화 속에 담겨있는 통찰력은 현대 사회 속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죠.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주는 책이라 구독자님께 추천해 드려요.
📗 현점원: 류이치 사카모토『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잡화점의 본진, 크레디아 서점에 놓여 있는 책 중 하나인 이 책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첫 자서전입니다. 그가 4~5살 때 첫 작곡을 하고 느꼈던 기쁨과 학창 시절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지향하게 된 음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죠.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깊은 세계를 만들어 나간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철학이 담겨있는 구절을 공유합니다. “개인적인 체험과의 박리를 통해서 음악이라는 세계의 실존을 얻는 것으로써,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어 모두와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그런 힘을 가졌다.”
📒 양점원 : 김선오 『미지를 위한 루바토』
김선오 시인의 첫 산문집인 이 책은, 작가가 일상에서 느낀 시적 단상을 자유로이 풀어내고 있는데요. 시,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에 관한 마음을 음악적 표현에 빗대어 섬세히 전하는 책입니다. 음악이 루바토를 통해 알고 있던 것과 달라지는 순간 느끼는 아름다움, 그리고 시의 초고를 쓰며 발견하는 자유로움이 닮아있기에 “나는 오직 시의 초고를 쓸 때 루바토와 비슷한 감흥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고백이 담긴 『미지를 위한 루바토』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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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께 편지를 쓰는 지금, 저는 비행기 안에 있습니다. 바로 휴가를 맞아 호주에 다녀왔기 때문인데요. 한국과는 달리 겨울인 호주는 바람이 서늘하게 불고, 하늘은 청량한 파란색을 띠고 있었어요.
호주에서 좋았던 것을 꼽아보자면 끝이 없지만,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버스킹이 도시의 분위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중 호주 원주민의 전통 관악기 디저리두(Didjeridu)를 연주하던 버스킹이 인상적이었어요. 몸집이 큰 악기의 모습과 저음의 독특한 사운드가 매력적이었죠. 오늘은 저만 듣기 아까운 호주의 음악들을 구독자님께 소개해 볼게요. 쾌청한 하늘을 떠올리며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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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스컬토프 - 현악사중주 14번, “퀌비” 1악장 ‘전주곡’
호주의 작곡가이자 음악 교육자인 피터 스컬토프는 호주 고유의 음악적 색채를 개척한 작곡가로 불립니다. 그는 호주 원주민의 음악적 요소를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고 ‘호주’하면 떠오르는 드넓은 초원과 자연의 숨결과 웅장함을 생생하게 담고자 했습니다. 스컬토프는 특히 이 작품에도 등장하는 전통악기, 디저리두에 대한 애정이 지대했는데요. 그는 서양 음악 교육을 받은 작곡가 중에서도 이 악기를 배운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익숙한 스트링 콰르텟의 음색 위에 어우러지는 깊고 독특한 디저리두의 울림은, 단숨에 우리를 호주의 풍경 한가운데로 데려다주는 것 같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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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 앳 워크 - Down Under
7080세대 호주의 음악 전성기를 상징하는 뉴웨이브 밴드 멘 앳 워크의 대표곡입니다. 발표 당시 국민적인 인기를 얻으며 ‘비공식 국가’처럼 불렸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죠. 호주 출신의 한 남자가 세계를 여행하며 자국을 소개하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녹인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작사가인 리드보컬 콜린 헤이의 말에 따르면, 이 곡은 단순한 호주 여행기가 아니라 호주의 과도한 산업화와 자연 훼손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것 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노래 제목 'Down Under'는 평소 호주를 '아랫동네'로 여겼던 영어권 사람들이 호주를 지칭할 때 쓰던 속어였다고 하네요. 호주의 그때 그 시절을 익살맞게 담아낸 뮤직비디오 역시 이 곡의 또 다른 묘미이니, 감상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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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듀오 파트너 🎻🎹 <정경화 & 케빈 케너 듀오 리사이틀>의 티켓이 오픈되었습니다.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올해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케빈 케너! 두 거장의 연주는 9월 24일(수)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피아니스트 이경미 & 콰르텟 엑셀시오>(9/22) 공연의 티켓이 오픈되었습니다. 한일 양국의 문화 교류 60주년을 기념한 뜻깊은 무대를 놓치지 마세요✨
✔️ 드디어 다음 달! 8월 3일(일), 8월 10일(일) <블링블링 캐치! 티니핑 심포니>가 구독자님을 찾아갑니다. 대형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로미와 하츄핑의 만남부터 최초로 선보이는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까지! 기대해도 좋다 츄~💗
✔️ 소프라노 박소영이 크레디아의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박소영은 LA타임즈가 “눈부신”, 뉴욕타임즈가 “완벽하게 정확하다”고 극찬할 만큼 독보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성악가인데요. 국내외 무대에서 선보일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 클라리네티스트 김한(7/26, 7/30 오후 4시, 7/30 오후 8시, 8/2)과 첼리스트 문태국(7/27, 7/29)이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 참여합니다. 얼마전 <Live from 크클클>에서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받은 김한, 현악육중주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연주할 문태국의 무대를 대관령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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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양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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