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둥점원입니다.
구독자님의 인생 모토는 무엇인가요? 둥점원은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을 정말 좋아해요.😃 무엇이든 첫걸음이 중요한 법! 음악에도 한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있죠. 바로 ‘서곡 (overture)’입니다. 현대의 서곡은 그날의 공연, 혹은 발매된 음반의 테마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죠. 하지만 놀랍게도 본래 서곡은 오늘날의 공연 전 안내멘트와 비슷한 용도였다고 해요.🔊 공연 시작 전, 소란스러운 장내를 정리하고 관객들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 막이 내려진 상태에서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서곡이 한 작품의 주제나 분위기를 예고하는 중대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수많은 작곡가들이 작품의 첫인상을 좌지우지하는 서곡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덕분에 로시니 ‘윌리엄 텔’, 비제 ‘카르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등 제목만 들어도 멜로디가 절로 떠오르는 위대한 서곡들이 줄줄이 탄생했습니다.
이번 주면 벌써 3월이 시작되네요. 다가오는 봄, 잡화점의 서문이 구독자님 일상에 작은 서곡이 되길 바라며, 118호의 막을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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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꿈을 향해 달려가다 예상치 못한 일에 부딪혀 좌절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하루하루를 무탈히 살아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때때로 어려움이나 시련이 찾아오고, 특히나 몸이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을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실패와 시련을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아 이를 극복하고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곤 합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을 작곡한 베토벤처럼요.
오늘은 질병이나 부상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간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열정과 정신력에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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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바렌보임, 파킨슨병
얼마 전,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이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며, 은퇴하지 않고 음악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특히 그가 설립한 ‘웨스턴-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의 성장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언급하며, 현재는 치료를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해요. 바렌보임은 2023년, 건강상의 문제로 30여 년간 맡아온 베를린 슈타츠오퍼 음악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어요. 전 세계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으로 감동을 준 거장인 만큼, 빠르게 회복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알리스 사라 오트, 다발성 경화증
‘맨발의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알리스 사라 오트는 2019년, 근육이 마비되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 사실을 밝혔죠. 그녀는 독일 뮌헨에서의 공연 도중 왼손이 굳어지는 증세를 겪었다고 하는데요. 전설적인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도 같은 병을 앓아 커리어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병마의 고통을 이겨낸 사라 오트는 콘서트홀에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고요, 최근에는 DG를 통해 발매한 [존 필드: 녹턴 전곡집] 앨범으로 애플 뮤직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 머레이 페라이어, 엄지손가락 부상 및 염증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 또한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린 연주자였습니다. ‘건반 위의 음유시인’이라고 불리는 페라이어는 전성기를 누리던 1991년 엄지손가락에 부상을 입어 한참 고생했는데요. 이후 재발하여 또다시 대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악보에 베인 엄지손가락이 뼈에 변형을 일으키고 살이 썩어들어갈 정도로 염증이 심해졌던 것인데요. 페라이어는 통증으로 연주를 못 할 때 음악에 의지했습니다.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들을 연구하며 희망을 발견했고, 베토벤의 소나타 악보를 편집하는 등 낙담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 것이죠. 거장의 마음가짐을 본받아야겠어요.
🍀 레온 플라이셔, 오른손 마비
1928년 태어나 열여섯 살에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피아니스트 故 레온 플라이셔.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1964년 갑자기 찾아온 오른손 통증은 그의 음악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습니다. 신경 질환으로 인해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손가락이 안쪽으로 말려들어 펴지지 않았던 것이죠. 잠시 방황하기도 했지만, 그는 곧 학교에서 지휘와 교육에 힘을 쏟으면서 동시에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피아노 작품들을 찾아내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0년간 치료를 받아 오던 그에게 기적처럼 1994년부터 오른손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고요. 꾸준한 재활을 통해 2004년 양손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양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라고 말한 레온 플라이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했던 그였기에 기적이 찾아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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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취향일지에서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이자 마케터, 그리고 인플루언서인 정혜윤 작가님(@alohayoon)의 특별한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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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와 영원한 시간 사이
한 음 한 음 스며드는 에이나우디의 음악
긴장했던 몸을 이완하고 깊은 호흡을 시작한다. 한 호흡 들이마셨다가 더 길고 가늘게 호흡을 내뱉는다.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이어나가며 호흡하는 동안 분주했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들을 때면, 광활한 자연 속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설원의 고요함. 나를 압도시키는 웅장한 바위산. 살랑이는 숲 속의 키 큰 나무들. 부서지는 파도와 윤슬이 반짝 거리는 바다. 해 질 녘, 수평선 너머로 태양을 바라보는 순간과 같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말없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대자연 앞에 나의 존재가 작게 느껴지고, 그래서 묘하게 위로가 되는 그런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선율을 반복하지만, 그 속에는 온기가 있다. 차갑지만 따뜻하고, 어딘가 쓸쓸하지만 그 안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에이나우디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지역에서 자라 그곳의 자연과 풍경이 음악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전히 피에몬테 지역의 포도원 농장에서 음악을 만들며, 2019년에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북극을 보호하자는 의미를 담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빙하 위에서 “Elegy for the Arctic(북극을 위한 비가)”을 연주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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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느껴져서일까. 그의 음악은 호흡을 닮았다. 도입부부터 집중하다 보면, 절로 심호흡을 하게 된다. 그 일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듯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에이나우디의 대표곡 중 하나로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OST로도 쓰인 “Fly”는 단 두 개의 노트로 시작해 한 음 한 음이 조심스럽게 공간을 만들 듯,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며 감정을 쌓아 올린다. 이탈리아어로 ‘들어봐’라는 뜻을 가진 “Ascolta”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호흡을 조절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의 앨범 “Underwater”에 수록된 곡들은 물속에서 숨을 쉬듯 유려하게 흐르며, 급하게 쏟아내지 않고 천천히 가라앉으며 내면 깊은 곳까지 흘러든다. “Rose Bay”는 언젠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잠시 추억에 젖어들게 만든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Nuvole Bianche”에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억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흰 구름’을 뜻하는 이 노래는 내게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웠던 한 해를 기록할 때 배경이 되어준 음악이다. (계속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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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오늘 에세이처럼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듣고 위로받거나 평온함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제 음악이 여러분의 삶에 여전히 숨 쉴 공간을 제공하며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는데요. 에이나우디의 음악이 구독자님의 삶 속에서 천천히 숨 쉬며 작은 위안을 제공해 주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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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요즘 X(구 트위터)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는 이 게시글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케이팝을 포함한 여러 장르의 음악의 경우, “난 뉴진스 <Hype Boy>에서 ‘내 지난 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 파트가 제일 좋더라!”라고 특정 부분을 지정해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죠. 하지만 가사가 없는 클래식의 경우에는 특정 부분을 지정해서 감상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그 부분이 제일 좋아!”라고만 말하더라도,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인지 서로 알 수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입니다. 해당 게시글은 무려 522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클덕들의 공감을 사고 있어요.
더 재미있는 부분은, 해당 게시글의 인용으로 많은 클덕 X 유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저 양점원도 요즈음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칠 때, 이 게시글의 인용을 확인하며 다양한 ‘그 부분’들을 비상약처럼 하나씩 꺼내 듣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많은 클덕들이 공감하는 대표 ‘그 부분’과, 양점원 Pick ‘그 부분’을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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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만 -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 54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클라이맥스를 아끼며 연주한다”라고 말한 영상,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음악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 후, 곡의 아름다움이 정점을 찍는 부분에서 환희가 터져 나오는 연주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데요. 슈만 피아노 협주곡 3악장의 클라이맥스 부분(30:50~)을 듣고 있자면, 피아니스트가 아낀 클라이맥스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는 기분이 듭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사랑, 환희, 그리고 그 이면의 슬픔까지 엿보게 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의 ‘그 부분’, 여러분도 공감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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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벨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모리스 라벨의 곡 중, 유독 쓸쓸하고 어두운 정서가 돋보이는 이 곡의 4:07~이 양점원 Pick ‘그 부분’입니다. 이 곡은 부드러운 멜로디가 물에 스미듯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우아한 마무리까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유려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닌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이 시작되면 마치 달빛을 받은 유령이 불 꺼진 성안을 떠돌며 자유로이 춤을 추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지며 유독 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습니다🫧 본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된 후 라벨 본인에 의해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편곡된 곡인 만큼, 매력을 비교하며 각각의 ‘그 부분’을 뽑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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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고 다정하게. 내 마음을 위한 음악,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Gentle Mind> 투어가 3월부터 시작됩니다. 용인(3/5), 안산(3/6), 의정부(3/8)에서 만나요.
✔️ 모두를 사로잡은 스테디셀러! 2025년 5월, 디즈니 공식 라이선스 <디즈니 인 콘서트>가 돌아옵니다. 2024년 화제작 <모아나 2>의 대표곡과 디즈니·픽사의 사랑스러운 OST들을 라이브로 만끽할 수 있는 마법을 가장 먼저 선점하세요. 오늘 2/25(화) 티켓오픈!
✔️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봄맞이 서촌 나들이, 크크클 봄 축제 서촌마치가 3/7(금)부터 시작됩니다. 장동선, 골든스윙밴드, 다니엘 린데만, 조윤성 등 다양한 주제로 구독자님의 뇌를 깨우고 감성을 두드리는 다양한 힐링 콘서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따라 골라보세요.
✔️ 지난 2/11(화)에 발송된 117호의 서촌마치 4악장 CREDIACLASSICCLUB x 해금서가 관련 내용 중, 장소에 대한 내용이 잘못 표기되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해금서가 토크콘서트 <Life Exhibition>은 해금서가가 아닌 크레디아클래식클럽 STUDIO에서 진행됩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클럽발코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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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양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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