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현점원입니다.

올해에도 잡화점에 들러주신 구독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혹시 ‘아보하’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의미하는 말로, 2025년을 관통하는 신조어인데요. 복잡한 현실 속 소소한 안정과 평화를 찾으려는 라이프 스타일을 담고 있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힐링(Healing), 생성형 AI 콘텐츠 활용(AI), 타겟팅 정교화(Narrow Targeting), 전환(Conversion), 윤리성(Ethics)의 6가지 단어를 내포한 ‘CHANCE’가 또 다른 올해의 마케팅 키워드로 꼽혔습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힐링 콘텐츠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올해는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조용함’이 떠오른다고 해요.

새해 첫 편지는 2025년의 출발을 알리는 무해한 이야기들로 준비했어요. 잡화점이 구독자님의 ‘아보하’에 늘 함께하기를 바라며, 115호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두 번의 편지에서 #크레디아피셜로 은근슬쩍 인사드린 신입 점원 양점원 인사드립니다🙇🏻‍♀️ 구독자로 잡화점을 만나다가 이렇게 점원으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너무나 들뜬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답니다. 앞으로 참신하고 다정한 소재로 구독자님의 편지함에 찾아갈 테니 저희, 친하게 지내요! (수줍게 사탕을 건네드리며)🍬

매년 이맘때 크레디아의 라인업이 공개되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크레디아 2025 라인업! 조성진, 백건우, 정명훈 등 거장들의 무대부터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미샤 마이스키, 유키 구라모토 등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무대, 팀 버튼 필름 콘서트나 디즈니 인 콘서트 같은 논 클래식 공연까지! 라인업만 바라봐도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오늘은 신입 점원으로서, 또 한 사람의 #클덕으로서 기대되는 크레디아의 2025년 공연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마음 같아서는 모든 공연을 다 소개드리고 싶지만, 특히 제 눈에 들어온 공연 몇 개를 소개해 드릴게요!

🎫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내한 공연 | 4월 2일 (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난 편지에서 소개해 드렸던 네오클래식의 거장,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를 기억하시나요? 저 양점원은 에이나우디의 곡을 들으면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 하는데요. 예를 들어 슬픔과 행복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 같은 묘한 감정이 차오르더라고요. 에이나우디가 선사하는 생경한 감동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8년 만의 내한 공연을 놓치지 마세요! 관련 정보는 여기서👈🏻

🎫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 6월 14일 (토) & 6월 17일 (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구독자님, 조성진의 라벨과 브람스 중 하나만 고르라면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참고로 저는 기권입니다. 늘 넓고 깊은 레퍼토리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조성진이 2025년에는 라벨과 브람스, 두 개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선보입니다. 벌써부터 6월이 기다려지는 이 기분!😳 

🎫 정명훈 실내악 콘서트 with 양인모, 지안 왕 | 11월 25일 (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음악의 가장 큰 아름다움 중 하나는, 나이나 국적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선율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 공연은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나이, 국적은 각각 다르지만 정명훈, 양인모 그리고 지안 왕이 음악으로 나누는 대화는 분명 넘치게 아름다울 테니…🌷

🎫 백건우 & 이 무지치 | 12월 17일 (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 그리고 72년간 2억 장이 넘는 음악을 판매한 전설적인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12월 한국에서 만납니다. 백건우 선생님도 무려 68년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셨으니, 도합 140년의 역사를 지닌 무대라는 사실🕰️ 그만큼 성숙하고 동시에 도전적인 그들의 연주는 얼마나 감동적일지 기대가 됩니다.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필름 콘서트 | 12월 25일 (목) 롯데콘서트홀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을 보고 자란 아이는 커서 <크리스마스 악몽> 필름 콘서트를 예매하는 근사한 어른이 되었답니다💭 섬뜩하지만 동시에 사랑스러운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그리고 그 모든 매력을 한껏 담은 영화의 OST를 풀 오케스트라로 만날 수 있는 공연입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당일에 말이에요! 이 공연과 함께라면 아주 달콤한 악몽을 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

구독자님, 아보하, CHANCE에 이은 또다른 트렌드, ‘텍스트힙(Text Hip)’을 아시나요? “글을 소비하거나 창작하는 것은 멋지다”는 뜻의 신조어로 이미지 위주의 광고나 숏폼 등 자극적인 콘텐츠, 혹은 과시성 콘텐츠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감성을 충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로 텍스트를 활용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해요. 저 혬점원도 친구들과 시작한 독서모임이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며 최근에는 종이책을 사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유행이 건강하고 반갑게 느껴집니다.

잡화점 점원들의 본진 크레디아에서도 얼마 전부터 매달 신청받은 도서를 구입하여, 점원들이 빌려볼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이번엔 어떤 책을 신청할 지 고민해보는 것도 즐겁고, 다른 점원들이 고른 책을 보며 식견과 취향을 넓혀가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희 점원들이 빠져 있는, 혹은 알아가고 싶은 텍스트들이 구독자님께도 힙하게 다가가기를 바라며 몇 개 소개해 볼게요.

📕 묘점원: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필립 글라스 『음악 없는 말』 

저는 요즘 현대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에 관심이 많습니다. 얼마 전 류이치 사카모토의 다큐멘터리 영화 <오퍼스>의 재개봉 소식을 들었는데요. 그의 자서전 『음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를 다시 펴 들었습니다. 내친 김에 추가로 신청한 도서인 필립 글라스의 자서전 『음악없는 말』은 나이가 더 많은만큼 내용도 좀 더 방대한데요. 놀라운 것은 글라스가 글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 혬점원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 책으로, 1950년대에 쓰였지만 2024년을 살고 있는 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쉽게 읽히는 텍스트는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프롬의 철학적 고찰과 깊은 사유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기를 추천해 드려요.

📒 둥점원 : 리처드 버클 『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러시아의 전설적인 무용수 바슬라프 니진스키의 예술적 고뇌와 인생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등장인물 소개만 3~4페이지에 다다를 정도로 방대한 그의 삶을 볼 수 있어요. 격변의 시대 속에서도 온몸으로 본인을 표현한 니진스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발자취를 만나보세요🩰

📗 현점원: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새해를 맞아 조금 더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우리 곁에 존재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아이들의 삶 속 기발한 시선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끔은 허세스럽기도, 때론 정중하기도 한 어린이의 언어는 올해의 키워드에 걸맞은 가장 무해하고 힙한 텍스트가 아닐까요?

📘 양점원: 황모과 『그린 레터』
누군가가 키운 식물의 잎맥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로맨틱한 설정을 담은 이 SF 소설은, 아주 다정한 사랑 이야기와 매정한 과거,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섬세하고 날카로운 표현으로 그려낸 ‘잎맥의 사랑 연대기’. 『그린 레터』를 추천합니다🌿

2025년은 을사(乙巳)년, ‘푸른 뱀의 해’로 청사의 해라고도 하죠. 저는 사실 별자리니 12간지니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12간지 중 특히 ‘뱀’은 항상 설화나 신화 스토리 등 동서양을 불문하고 중요한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동물입니다. 태초에 뱀은 이브에게 세상의 진실을 알게 해 준다고 유혹했고, 소설 『어린 왕자』에서도 사물의 진실에 접근하는 상징으로 보아 뱀 그림이 등장합니다.

여러 이야기에 상징적인 요소들로 자주 등장하는 뱀, 음악에서는 어떨까요? 오늘은 청사의 해를 맞이해서 뱀과 관련된 음악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윌리엄 볼콤 - <에덴의 정원> 중 '뱀의 키스'

미국 작곡가 윌리엄 볼콤은 래그타임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친 현대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래그타임(ragtime)은 19세기말~20세기 초에 걸쳐 유행한 음악 장르 중 하나로, 주로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음악이 많고요. 왼손으로는 일정한 리듬을, 오른손으로는 불규칙적으로 리드미컬하게 변화하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볼콤의 주요 작품으로는 ‘우아한 유령’, ‘에덴의 정원’ 등이 있는데요. 이 작품들 모두 래그타임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성경의 에덴동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 ‘에덴의 정원’ 중 세 번째 곡인 ‘뱀의 키스(The Serpent's Kiss)'입니다. 이 곡의 악보에는 혀를 튕겨라, 휘파람을 불어라, 발을 굴러라 등의 제스처가 표기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연주자가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아도 좋을 것 같군요!

🎵 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중 ‘도와줘’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이 오페라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타미노 왕자가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마술피리를 들고 여왕의 딸 파미나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과정에서 타미노 왕자는 여러 시련을 겪으며 진정한 사랑과 용기에 대해 배우게 되죠. 오늘 소개할 음악은 서곡 후 등장하는 제1막의 아리아 '도와줘(Zu Hilfe! zu Hilfe!)' 입니다. 타미노 왕자가 커다란 뱀에 쫓겨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요. 그때 세 명의 마녀가 나타나 뱀을 물리칩니다. 오페라 무대에서 이 뱀은 불을 내뿜는 용의 모양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거대한 뱀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1막이 시작하자마자 드라마틱한 전개로 긴박감을 자아내기 때문에 누구든 단번에 작품에 빠져들게 되는 오프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