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현점원입니다.

얼마 전, 점원들은 유튜브 뮤직 Recap을 통해 한 해 동안 어떤 음악을 감상했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저, 현점원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140시간 동안 반복 재생했고요. 묘점원은 키스 자렛의 음악을, 둥점원은 디즈니랜드 플레이리스트와 영화 <위키드> OST를 자주 들었다고 해요. 연말이 되면 음악 어플에서 스몰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나만의 시상식‘을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한편,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올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은 클래식 음반을 소개했어요.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이 1위로 집계되었고요. 그 뒤로 막스 리히터의 [Sleep], 피아니스트 랑랑과 지나 앨리스의 [생상스], 후지타 마오의 [72 Preludes]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구독자님이 선정한 올해의 음악은 무엇인가요? 구독자님의 연말 시상식 속 ’올해의 뉴스레터’ 부문에는 잡화점의 이름이 올라가 있기를 바라며, 113호의 문을 엽니다.

구독자님, 잡화점을 통해 여러 번 소개해드린 아티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기억하시나요?

드디어 그가 2025년, 한국에 8년 만에 내한합니다. 2017년 에이나우디의 첫 내한공연을 직관했던 저로서는 너무나 설레는데요.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했던 감각적인 무대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은 제 사심을 듬뿍 담아 제가 애정하는 이 음악가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 음악이 에이나우디의 곡인 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 가디언(The Guardian)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클래식 아티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오늘날 가장 성공한 현대음악 작곡가로 꼽힙니다. 역사상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클래식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집계에 따르면 연간 90억 회 이상 스트리밍되고 있으며,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모차르트, 베토벤보다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그의 곡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는 틱톡에서 바이럴되며 130억 조회수가 넘기도 했어요.

👨‍🏫 슈톡하우젠, 베리오의 제자

미니멀리즘 음악 스타일과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 교육 과정을 거쳤습니다. 밀라노 음악원을 졸업한 에이나우디는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베리오와 슈톡하우젠에게서도 작곡을 배웠는데요. 베리오에게서는 음악뿐 아니라 자연, 과학, 철학, 경험을 음악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한편, 에이나우디의 스튜디오에는 슈톡하우젠의 친필 코멘트가 담긴 악보가 전시되어 있다는군요!

💰 친할아버지는 대통령, 외할아버지는 지휘자, 모태 금수저 집안 에이나우디

이탈리아의 국가적인 스타인 에이나우디는 그의 할아버지보다는 덜 유명할지도 몰라요. 에이나우디의 할아버지는 이탈리아 공화국의 제2대 대통령이었던 루이지 에이나우디이며, 아버지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책을 출판한 유명 출판업자였고요. 어머니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외조부는 푸치니 앞에서 공연한 재능 있는 오페라 지휘자였습니다. (TMI. 유명한 와이너리인 ‘루이지 에이나우디 와이너리’는 할아버지가 설립한 와이너리가 맞고요.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일까요? 에이나우디도 이탈리아 피에몬테 포도원 농장에서 거주 중이랍니다.)

🌏 영화, 연극, 오페라, 무용부터 광고음악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든 들리는 그의 음악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은 음원 플랫폼에서만 강세는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영화 '블랙스완'의 트레일러 음악, '1%의 우정'의 OST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2021년 아카데미 수상작인 ‘노매드랜드’ ‘더 파더’에도 그의 음악이 삽입됐고요. 특히 국내 모 전자 브랜드 광고에 에이나우디의 음악이 사용되었을 때, 해당 광고 댓글에는 음악을 묻는 댓글이 주를 이루기도 했는데 그 음악은 여기서.

💭 자연과 현대적 감성에 영감을 받은 이 시대를 위한 치유의 음악

간결하면서도 미니멀리즘한 감성을 담은 그의 음악은 자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북극 빙하 위에서 연주하며 화제를 모은 ‘북극을 위한 엘리제(Elegy for the Arctic)’와 발매 직후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한 앨범 ‘언더워터(Underwater)’는 자연을 향한 그의 깊은 통찰을 담아냈습니다. 또한, 7개월 동안 매달 하나씩 발표된 프로젝트 앨범 ‘세븐데이즈 워킹(Seven Days Walking)’은 겨울 산길을 걸으며 떠오른 상상과 여정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요. 그는 이 앨범 발매 후 국립공원, 자연보호구역, 계곡, 호수, 산속 초원 등 자연 속에서 특별한 콘서트를 올리기도 했답니다.

아.. 아직 그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데요. 지면상의 이유로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신드롬적인 그의 인기를 한번 언급하며 오늘의 소식을 마무리할게요. 2025년에 예정된 30여 개의 유럽투어 중 11개는 벌써 매진, 그중 여름에 예정된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5회 공연이 순식간에 매진되고, 팝스타들이 주로 공연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무대 중 하나인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의 무대에도 오른다는군요!

한국에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단 1회만의 공연을 준비 중이니, 더욱 놓칠 수 없겠죠. 저 묘점원은 다시 한번 에이나우디의 소식을 갖고 돌아올게요! 

지난 2022년 <In Love> 공연 이후로 2년 만에 조수미 선생님의 연말 공연 <Winter Romance>를 담당했습니다. 2년 전에도 이번에도,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던 화려하고 풍성한 공연에 관객분들도 무척이나 즐거워하셔서 서울에서 단 한 번만 진행한 것이 아쉬울 정도더라고요. 돌이켜 보니 공연뿐만 아니라 준비 과정까지 모두 다이나믹했던 이번 공연의 백스테이지 에피소드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공연 이틀 전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들이 총출동한 최종 리허설에서 조수미 선생님과 소프라노 박소영, 테너 손지훈,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환상적인 목소리와 바이올린 소리에 감탄하기도 잠시. 저는 핸드폰을 붙잡고 쇼핑 삼매경에 빠졌답니다. 리허설 도중 딴짓을 한 건 절대 아니구요!! 😂 바로 선생님이 요청하신 공연 소품들을 급히 공수하기 위해서였죠. 2년 전 공연에서도 여러 가지 소품이 사용되긴 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다양해졌답니다. 앤티크한 모양의 와인병과 포도쥬스(사랑의 묘약), 고양이 귀 머리띠 2개(앙코르 캣츠 듀엣), 마르카스와 페도라 모자, 그리고 부토니에로 사용할 빨간 장미꽃 한 송이(볼라레), 그리고 부케(꿈속에 살고 싶어라)까지. 정말 많았지만 리허설 다음 날 개인적으로 방문한 이케아에서도 득템을 하고, 로켓 배송의 힘을 빌려 공연 날까지 무사히 준비할 수 있었답니다. 다양한 소품 덕분에 곡을 이해하기도 더욱 쉽고, 재미도 더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선생님은 총 3벌의 드레스를 입으셨는데, 곡 사이에 시간이 1~2분밖에 없는데도 드레스가 확확 바뀌면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그 과정을 백스테이지에서 모두 지켜봤음에도 마치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마지막으로 3부 공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무려 6곡에 달하는 앙코르까지! 그야말로 화려한 종합선물세트같은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도 곡마다 연주자들의 이동 동선, 표정 연기와 제스처, 소품 사용 등 공연의 A to Z를 꼼꼼하게 연출한 조수미 선생님의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소프라노이자 연출가로서도 대가의 모습을 보여주신 조수미 선생님과 함께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멋진 무대로 찾아오겠습니다!

지난주, 올해의 첫눈이 내렸습니다. 성인이 될수록, 눈이 오면 은연중에 미끄러운 빙판길 걱정이 더욱 크게 자리하지만 조심조심 길을 걷다가 심심찮게 목격되는 스노우볼 메이커로 만든 각양각색의 귀여운 동물들과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정성스레 빗어진 눈사람은 여전히 눈이 왔을 때만 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죠. 구독자님은 눈 오는 날 특별히 듣는 음악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BGM은 구독자님의 겨울맞이 플레이리스트에 찰떡인 ‘눈’을 주제로 한 작품을 준비했어요☃ #Let It Snow❄

🎵 리스트 - 초절기교 연습곡 중 제12번_눈 치우기 (Chasse Neige)

어렵다고 정평이 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중 마지막 곡인 이 작품은 엄청난 기교와 복잡한 감정 표현을 요하는 작품입니다. 트릴, 반음계와 도약, 분산화음 같은 휘몰아치는 테크닉과 동시에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가 끊이지 않는 곡인데요. ‘눈 치우기’라고 불리지만 부제인 ‘눈보라’에 더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연주하기 매우 어려운 곡이죠. 눈이 오면 유독 세상이 고요하게 느껴지듯, 처음엔 조용하게 시작하지만 ‘눈보라’가 온 숲을 연상시키며 점점 고조되어 폭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리스트가 이 작품을 작곡한 나이가 고작 15세였다는 점인데요😮 심지어 초안은 난이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이후 예술성을 좀 더 가미하여 수정작업을 거친 것이 바로 지금의 초절기교 연습곡이라고 하네요.   

🎵 드뷔시 - 어린이의 세계 L.113 중 4번_춤추는 눈송이

드뷔시가 딸인 클로드-엠마(‘슈슈’라는 애칭으로 불렀다고 해요)를 위해 만든 이 모음곡은 제목 그대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드뷔시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정서와 더불어 본인 특유의 몽환적인 색채를 더했습니다. 6개의 모음곡 중 네 번째인 ‘춤추는 눈송이’는 눈 내리는 날의 쓸쓸한 풍경과 춤추듯이 휘날리는 눈을 보며 설레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죠. 이 모음곡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드뷔시의 엄청난 ‘딸바보’ 모먼트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인데요. 딸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며 당시 영어 공부에 재미를 붙인 딸을 위해 곡의 제목과 부제를 모두 불어가 아닌 영어로 작명했다고 해요. 심지어 작품집에 “나의 사랑하는 슈슈에게, 아래에 나오는 곡에 대한 아빠의 다정한 설명을 곁들여서”라고 헌정문까지! 드뷔시가 얼마나 공들여서 작곡한 작품인지 여실히 느껴지지 않나요?👶

✔️ 찬 바람 부는 겨울밤, 다정한 영화음악을 만날 수 있는 2024 관악아트홀 송년콘서트 <WINTERLAND>에 첼리스트 홍진호가 출연합니다. 12월 13일(금)에 관악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이번 송년콘서트에서는 1부에서 클래식과 탱고, 2부에서는 영화와 재즈, 3부는 영화 OST를 주제로 한 곡이 무대에 오른다고 해요. 이토록 다채롭고 낭만적인 공연이라니…🪄 올 연말 감성, 이 공연으로 챙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 오는 12월 14일(토)부터 15일(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ACI 송년음악회 II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디토 오케스트라가 출연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디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놓칠 수 없겠죠? 이곳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보세요💡

✔️ 그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Live from 크클클 : 리처드 용재 오닐>이 12월 29일(일),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Studio에서 진행될 예정이에요. 12월 18일까지 초대권 증정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답니다🎁 크클클TV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될 예정이고요. 더욱 자세한 내용은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인스타그램을 확인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