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혬점원입니다. 

달력에 쓰인 11월이라는 글자가 무색할 만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주 어느 날, 저 혬점원은 서울 구경을 하고 싶어 하는 피아니스트 키신을 위해 일일 투어 가이드로 활약했답니다. 사실 2021년 내한 때도 전통적인 한국의 거리를 보고 싶어 해서 북촌한옥마을과 창덕궁 & 비원을 구경시켜 드렸는데요. 볼을 에는 것 같은 차가운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문화해설사분의 설명을 유심히 듣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열정적인 모습은 3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했습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조계사, 인사동 거리를 지나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 구경까지 알차게 하루를 보냈어요. 점심에는 처음으로 사찰 음식을 경험해 보기도 했고요. 눈에 보이는 그림이나 사진, 글자 하나하나 가리켜 가며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는 그를 위해 아는 영어 단어를 총동원해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긴 했지만😅 높은 학구열과 호기심, 그리고 열정이 지금의 피아니스트 키신을 만든 게 아닐까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하루였어요.

저희 잡화점도 구독자님의 호기심을 채워줄 건강한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며, 112호 문을 활짝 열어둘게요.

🏆 임윤찬, 클래식 음반상 석권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 시상식에서 젊은 음악가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프랑스 클래식 음악 전문지 디아파종이 주관하는 이 상은 영국 그라모폰과 함께 클래식계의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데요. 얼마 전 그라모폰 2관왕에 이어 또 한 번 유서 깊은 주요 음반상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한편, 최근 임윤찬이 미국 공영방송 NPR이 제작하는 콘텐츠 ‘Tiny Desk’에 출연해 주목 받기도 했어요.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주하는 브람스, 차이콥스키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 지하철역에서 깜짝 버스킹 한 거장

미니멀리즘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지하철역에서 연주를 선보여 화제입니다.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그의 대표곡인 ‘I Giorni’를 비롯해 데카에서 내년에 발매될 앨범의 신곡을 연주했는데요. 사실 이 터미널에서 공연을 선보인 아티스트는 그가 처음이 아닙니다. 피아니스트 랑랑, 존 레전드, 제임스 아서 등이 세인트 판크라스 역의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하는데요. 유명세가 이어져 터미널의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고 해요. 조회수 130억 회의 슈퍼스타, 에이나우디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레이디 가가, 포스트 말론, 그리고 두다멜?

구스타보 두다멜과 LA필하모닉이 내년 코첼라 무대에 오릅니다. 얼마 전 공개된 2025 라인업에 이들의 이름이 포스트 말론, 레이디 가가 등과 함께 올라 놀라움을 안겨주었는데요. 두다멜과 LA필은 4/12(토), 4/19(토) 두 차례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해요. 코첼라 페스티벌 역사상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로 손꼽히는 만큼,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한편, 두다멜은 2025년 LA필을 떠나, 2026년 뉴욕 필하모닉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 요요 마의 음악 파트너, 캐서린 스톳 은퇴 발표

구독자님, 지난 84호에서 소개해 드린 콜라보 아티스트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독주 연주자와 무대에 같이 올라 함께 호흡하는 음악적 동반자를 뜻하는데요, 요요 마와 약 40년간 연주해 온 피아니스트 캐서린 스톳이 12월 공연을 마지막으로 은퇴합니다. 리즈 콩쿠르 수상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경력을 쌓아온 그녀는 최근 요요 마와 함께하는 마지막 앨범 [Merci]를 발매하기도 했죠. 캐서린 스톳은 앞으로 콘서트 무대에는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오랜 기간 전 세계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주세요!

‘숲’으로 가기 위한 긴 여정🌳

지난주, 첼리스트 홍진호와 화가 김선우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었던 홍진호 콘서트 <첼로의 숲>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연이 모두 종료된 후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콘서트의 첫걸음이 되어 준 홍진호의 에세이를 시작으로, 그의 자작곡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며 완성된 프로그램, 김선우가 이 공연만을 위해 그린 그림과 영상 콘티, 공연 홍보 콘텐츠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챕터 별로 다른 조명 디자인과 무대 연출 구상 등등 기존의 클래식 공연과 다른 생소하면서도 특별한 긴 여정이 이어졌습니다. 

포스터 제작부터 공연까지, ‘숲’을 예쁘게 가꾸기 위한 시간🎻🎨

공연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포스터 제작부터 특별했는데요. 깔끔한 시안부터 다소 도전적인(?) 시안까지. 여러 아이디어가 오고 간 끝에 김선우가 직접 그린 아트웍과 홍진호가 직접 캘리그라피한 메인 타이틀이 함께 담긴 포스터가 탄생했습니다. 누구보다 공연에 진심이었던 두 사람 덕분에 포스터부터 두 아티스트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게 된 셈입니다 😍 스타트가 좋았던 첼로의 숲! 콘텐츠 구상 역시 다양한 회의를 거쳤는데요. 음악과 미술, 두 장르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로 뮤직비디오를 채택했습니다. 평범한 스튜디오가 아닌 다양한 미술도구와 유화 냄새가 가득한 김선우의 작업실 ‘스튜디오 도도’에서 진행된 촬영은 자작곡인 ‘별을 보게 되는 순간을 사랑합니다’를 연주하는 홍진호와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스케치북에 그리는 김선우의 모습을 담았어요. 특별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연주에 공연 담당자인 둥점원의 어깨가 뿌듯함으로 절로 들썩였답니다😏

합주 리허설 역시 클래식 공연의 리허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영상을 위한 프롬프터와 더불어 ‘홍진호 퀸텟’ (최문석, 렉토 루즈, 김유성, 소상규)의 열정적인 사운드 체크는 본 공연을 방불케 했는데요. 첼로, 피아노, 드럼, 퍼커션뿐만 아니라 콘트라베이스와 일렉베이스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모습과 무려 4종류의 기타(일렉, 어쿠스틱, 나일론 2종류)를 곡에 따라 바꿔가며 연주하기까지! 음원으로만 듣던 곡들이 밴드 라이브로 더욱 풍성해지는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영상을 체크하던 김선우 역시 라이브로 들으니 욕심나는 그림이 있다며 이미 완성된 그림에 요소를 추가하겠다는 열정까지 보여주었죠. 앵콜 ‘고양이 다락방’에 실제 이 곡의 영감이 된 홍진호의 반려묘 베티와 오복이를 사진으로 깜짝 등장시키자는 의견(둥점원의 아이디어✌)까지 취합하다 보니 4시간 이상 이어진 리허설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습니다.

공연 당일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인쇄된 프로그램 북을 가장 먼저 보았습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한 책자가 아니라 <첼로의 숲> 리미티드 에디션인 홍진호의 에세이와 김선우의 그림이 함께 삽입되었기 때문인데요. 유독 공을 들인 프로그램 북을 펼치니, 자연스레 이 ‘숲’을 위한 많은 이들의 여정이 그려졌답니다. LG아트센터 LG SIGNATURE 홀을 꽉 채우는 아름답고 싱그러운 연주와 따스한 그림, 공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느끼는 관객들의 숨소리, 그리고 마지막 커튼콜을 위해 백스테이지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연주자의 뒷모습까지 마주하니 프로그램 북 에세이의 마지막 문구가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자, 이제 연주를 시작하자. 이 숲과 함께. 나의 숲. 첼로의 숲. 

유독 여운이 짙게 남았던 공연! 앞으로 펼쳐질 첼리스트와 도도새의 무수한 ‘숲’ 역시 기대할게요💚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해가 짧아진 요즘, 저는 재즈의 선율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특히, 어스름에 물든 도시의 풍경은 블루지한 재즈 음색과 닮은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색소폰 소리는 도시의 밤과 가장 어울리는 음색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색소폰의 그루브한 선율이 울려 퍼질 때면, 마치 뉴욕의 위스키 바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재즈 음악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색소폰 연주와 도시의 분위기를 닮은 음악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존 콜트레인 - Summertime

존 콜트레인은 미국 재즈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재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입니다. 재즈의 성인이라고 불린답니다. 그는 즉흥 연주자의 달인으로 테너 색소폰을 주로 연주했는데요. 존 콜트레인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앨범은 그가 처음으로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로 참여한 <My Favorite Things>입니다. 영화음악, 클래식 등을 재즈로 연주한 곡들을 담은 앨범으로 재즈가 아직 어려운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중 모달재즈로 변신한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의 ‘Summertime’을 한 번 들어보세요.

🎵 제이슨 리 - Sax In The City

한국에도 뛰어난 재능의 색소폰 연주자가 있습니다. 지난 10월 발매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신곡 ‘오늘 볼까요’(작사/작곡 대니 구)에 함께 참여한 색소포니스트 제이슨 리인데요. 글로벌 재즈신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제이슨 리는 재즈 외 팝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입니다. 색소폰 교본을 낸 적도 있다는군요. 그의 여러 곡들 중 Sax In The City는 알앤비한 감성이 가득한 곡으로, 색소폰 연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몰라요. 참, 제이슨 리의 힙한 색소폰 연주는 대니 구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Home>에서 직접 만날 수 있어요!

✔️ 12월 잡화점에서 진행되는 전국 투어 공연이 무려 네 개! ⭐⭐⭐⭐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12/10~29), 대니 구 크리스마스 콘서트 <HOME>(12/14~28),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12/18~31), 스타즈 온 스테이지(12/20~28)까지 구독자님이 어디에 계시든 전국 방방곡곡으로 찾아갈게요!

✔️ 리사이틀과 음반을 통해 바흐의 정수를 보여주었던 첼리스트 문태국의 [Live from 크클클] 공연 영상이 유튜브 크클클TV 채널에 공개되었습니다. 바흐 무반주 모음곡 중 프렐류드만 모아모아~ 🎻 담아낸 이번 콘텐츠는 12월 21일까지 무료로 공개되고, 이후 유료 멤버십 회원을 위한 콘텐츠로 전환되니 얼른 달려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