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묘점원입니다. 

지난주 가장 큰 이슈는 아마 미국 대선이 아닐까 싶은데요.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은 국제 정세, 경제, 군사뿐 아니라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구독자님, 음악가였던 정치인들도 세계 역사에 꽤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그중 폴란드 공화국의 초대 수상이었던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는데요.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면 연습곡으로 자주 치는 파데레프스키의 유머레스크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폴란드의 독립에 헌신하며 폴란드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명입니다. 폴란드에는 바르샤바 쇼팽 공항 외에도 그의 이름을 딴 비드고슈치 파데레프스키 공항도 있다는군요!

정치인마저 음악가인 이 나라, 폴란드인의 피에는 어떤 음악적 DNA가 흐르는 걸까요? 참, 얼마 전에는 쇼팽의 미발표 곡이 발견되기도 했죠. 내년에는 제19회 쇼팽 콩쿠르도 앞두고 있어 저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 같네요.

오늘 잡화점이 구독자님의 숨겨진 음악 DNA를 찾게 해 주길 바라며 111번째 편지를 보냅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5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이로써 내년 통영에선 임윤찬이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더욱 자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스페인 출신의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과 덴마크 출신의 작곡가 한스 아브라함센 역시 임윤찬과 함께 레지던스 음악가로 발탁되었습니다. 

상주음악가는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의 대표 얼굴로 선택되는 만큼 중요성이 남다릅니다.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진은숙은 ‘무조건 음악을 잘하는‘ 아티스트를 상주예술가로 뽑았다고 해요. 오늘은 더 나아가 해외 주요 교향악단과 공연장의 ‘간판 아티스트’를 맡고 있는 상주연주자를 구독자님께 소개합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의 2024/25 시즌 상주음악가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선정돼 화제가 되었죠. 한국인 연주자로는 최초, 아시아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지난 시즌 상주음악가였던 리사 바티아쉬빌리에게 바통을 넘겨받아, 5개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0월 선보인 쇼스타코비치 콘체르토를 비롯해 리게티, 바르톡의 실내악 음악, 산하 단체인 카라얀 아카데미와 함께 소개하는 한국 작곡가의 음악 등 그가 직접 기획한 만큼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눈에 띄네요. 레퍼토리에 대해 이야기한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 체코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체코 필하모닉과 시카고 심포니의 러브콜을 모두 받은 연주자, 바로 다닐 트리포노프입니다. 현재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만큼, 상주음악가로서 그의 활동은 역사가 깊은데요.😯 2018/19 시즌엔 베를린 필, 2019/20 때는 뉴욕 필과 함께했죠. 2024/25 시즌엔 체코 필과 드보르작 협주곡을 선보였으며, 이번 주 일요일(11/17) 열리는 리사이틀을 통해 시카고 심포니 상주음악가로서의 활동도 이어갑니다. 독창적인 레퍼토리는 물론, 카바코스와 메켈레 등 쉽게 볼 수 없는 연주자의 조합은 덤!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

📍 위그모어 홀

실내악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공연장, 위그모어 홀은 레지던스 아티스트를 꾸준히 선정하는 곳 중 하나죠.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 등 세계적 연주자들이 상주 예술가 시리즈를 거쳐 갔는데요. 올해는 노르웨이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이 발탁되었습니다.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장학생이었던 그녀는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대세인데요. 그녀가 받은 음악 상만 세어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고요. 베를린 필, 뮌헨 필과의 협연 등 내년 주요 공연장의 라인업에서 이름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 스톡홀름 콘서트홀,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지난달 첼리스트 문태국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여정이 서울 예술의전당과 김해, 안양 공연을 마치고 그 첫 번째 막을 내렸습니다. 공연 전 문태국의 기자간담회 인터뷰 내용이나 바흐 무반주 모음곡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번 공연에 담긴 연주자의 의도나 노력을 구독자님께 알려드리고자 했는데요. 막상 공연을 진행해 보고 나니 바흐의 의도에 가까워지기 위한 연주자의 깊은 뜻을 미처 다 담지 못했더라고요. 🥲 그래서 오늘은 저 혬점원만 알기 너무 아까운 문첼로의 바흐 연주에 담긴 디테일들과, 공연 날 무대 뒤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이번 공연에서는 첼로를 바닥에 고정하는 엔드핀을 빼고, 악기를 다리 사이에 끼워서 연주했는데요. 바로크 시대의 첼로는 지금의 첼로와 다르게 엔드핀이 없는 형태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고증을 철저히 하기 위해 바흐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내내 허벅지 힘으로 첼로를 붙잡고 연주한 태국씨는, 연주를 마치고 후들후들 거리면서 걸어 나왔답니다. 😅

그리고 총 2대의 첼로가 공연에서 사용되었는데요, 1번부터 5번까지는 4현 첼로를, 6번 모음곡은 5현 첼로로 연주했습니다. 6번 모음곡이 5현 첼로를 위해 작곡되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10시간이 넘게 운전을 해서 5현 첼로를 공수해 왔던 거죠. 8시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 때 이날 연주에 사용된 악기 2개를 양손에 모두 들고 나가니 관객분들의 큰 환호가 쏟아졌는데요, 바로 저 혬점원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 😊

또한 모든 줄을 거트현으로 바꿔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거트현(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줄)은 요즘의 스틸현보다는 거칠지만 인간적이고 따스한 소리를 내는 특징이 있는데요. 음반을 녹음할 때는 4개의 줄 중 2개만 거트현으로 사용했지만, 공연 때는 고민 끝에 모두 거트현을 장착하고 나온 그! 뿐만 아니라 바로크 활을 사용하며 바로크 시대의 소리를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답니다. 그런데 거트현의 단점은 바로 조율이 빨리 풀린다는 점인데요. 스틸현에 비해 연주 중 피치가 더 빠르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태국씨는 백스테이지, 무대에서도 계속해서 조율을 해야 했답니다. 특히 5번 모음곡은 변칙조율기법을 적용해야 하는 곡이라, 이날은 특히나 무한 조율의 굴레에 갇혀버린 기분이 들기도 했답니다. 😂 그래도 이런 연주자의 섬세한 노력 덕분에 색다르면서도 바흐의 작곡 의도에 가까운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시와 8시, 2번의 공연 동안 무대에 홀로 올라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대장정을 떠난 연주자를 위해 저희 점원들이 가장 신경 썼던 건 기력보충을 위해 맛있고 든든한 식사를 준비하는 거였는데요. 점심에는 임금님 수라상 같은 도시락을, 저녁에는 공연이 끝나고 피아니스트 조성진과의 실내악 공연을 위해 통영으로 바로 이동해야 할 연주자를 위해 도가니탕과 낙지볶음, 그리고 밥 두 공기를 준비해 드렸답니다. 대식가답게 식사를 남기지 않고 거의 다 드셔서 뿌듯!했지만 마지막 안양 공연 때 “서울 공연 때 보양식을 너무 잘 먹어서 열이 올라, 식사 메뉴는 적당한 걸로 주셔도 돼요.”라고 요청하셨다는 후문이.. ㅎㅎㅎ

엔드핀 없이, 두 개의 첼로, 거트현, 바로크 활과 변칙조율기법을 사용하여 선보인 문태국의 바흐 무반주 모음곡 전곡. 연주자의 오랜 고민과 연구 덕분에 저희 점원들도, 관객분들도 음악을 감상하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 태국씨가 선보일 또 다른 음악들이 기대가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벌써 2024년의 하반기, 11월 중순이 찾아왔습니다. 둥점원은 도시 곳곳 예년보다 조금 늦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는 중이랍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과 순식간에 찾아온 겨울로 인해 푸른 나무가 무성한 공원을 거닐며 긴 시간 동안 산책했던 날이 언제인지 까마득한데요. 오늘의 BGM은 계절의 변화가 무색하게 숲속의 고요함과 따스함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홍진호 <첼로의 숲>(11/17)을 미리 만나보려고 해요. 언제 와도 포근한 ‘첼로’와 ‘도도새’의 숲에 구독자님을 초대합니다🌳 

🎵 Claude Bolling - Suite for Cello <Baroque in Rhythm>

프랑스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클로드 볼링은 클래식과 재즈를 융합한 크로스오버 음악의 대부로 불립니다. 그는 플루티스트 장 피에르 랑팔,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 등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가와 함께 서로의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중에서도 첼리스트 요요 마와 함께한 이 곡은 클래식 바로크의 전통 기법과 재즈의 즉흥성이 적절히 합쳐진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질서정연하게 전개되는 클래식의 아름다움과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재즈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데요. 이 음악을 듣다 보면 첼로와 피아노가 사이좋게 하나의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앨범아트 속 작화가 절로 연상된답니다. 직접 맛볼 수 있다면 정말 맛있는 케이크이지 않을까요?🍰🎂

🎵 홍진호 - 별을 보게 되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올해 발매된 첼리스트 홍진호의 앨범 <Dear Forest>는 홍진호가 직접 쓴 다섯 곡의 자작곡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이 앨범의 1번 트랙인 ‘별을 보게 되는 순간을 사랑합니다’는 첼로의 다정한 소리와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서정적인 멜로디의 조합이 매우 아름다운 곡이랍니다. 마치 이사를 할 때마다 가장 먼저 집 근처의 공원을 둘러보고 쉴 공간을 찾는다는 홍진호의 작곡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특급스포) 이번 공연에서는 이 곡뿐만 아니라 해당 앨범의 수록곡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고 해요🥰 더불어 이 숲속에 함께 살고 있는 ‘도도새’까지! 홍진호의 쉴 공간이 되어 준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감각적인 무대, 아니 볼 수 없겠죠?🎻🎨

✔️ 독보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2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가집니다.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올해는 서울(12/29)외에 성남, 울산, 고양, 익산, 청주, 인천, 대구, 경주, 평택, 부산, 광주, 강릉 12개 지역투어를 진행하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기! 

✔️ 내 귀에 피톤치드, 홍진호의 <첼로의 숲> 공연이 금주 11/17(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립니다. 점원들이 너무 기대하는 공연이에요. 힐링이 필요한 분들 <첼로의 숲>으로 오세요!

✔️ 대니 구의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가 시작됩니다. 11/16(토) 화성, 11/22(금) 함안까지. 

✔️ 크레디아의 새 스튜디오,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는 흥미진진한 일들이 늘 벌어집니다. 클래식과 함께 하는 요가 클라스 <클래식, 나마스떼>가 11/30(토)가 열립니다. 바흐부터 아르보 패르트까지 우아한 음악에 몸을 맡겨보세요. 신청은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