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현점원입니다.

구독자님, 요즘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저는 인상 깊게 읽었던 <소년이 온다>를 다시 펼쳐보았는데요. 노벨상 작가의 글을 원어로 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무려 ‘노벨상 수상자 보유국’이 된 것과 더불어 그라모폰 2관왕이라는 기쁜 소식도 들려왔죠.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의 피아노와 젊은 예술가 부문에서 수상한 것인데요.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만큼 의미가 남다릅니다. 

세계적인 시상식에서의 성취가 반가운 이유는 단순히 기록 때문만이 아닌데요. 한강 작가의 뉴스가 한국 문학에 대한 주목을 확장했듯이 때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더 큰 움직임이 계속되기 위해 앞으로 변화될 세계를 구독자님께 정성스럽게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즐거운 소식을 가득 모은 110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시와 가곡이라는 아름다운 벗을 두고 싶은 분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2024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가곡의 뿌리인 독일 가곡, 열정적인 이탈리아 가곡, 사랑 그 자체인 프랑스 가곡, 절절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한국 가곡으로 구성된 4번의 공연은 매 공연 고전부터 현대곡들까지 각 나라의 가곡 연대기라 할 만한 대표적인 10곡을 골라 들려드리고 있고요. 여기에 테너 존노,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박현수, 피아니스트 조영훈이 곡 사이사이 곡들에 얽힌 재미난 스토리들을 더해주죠. 오늘은 어느덧 한 번 밖에 남지 않은 <2024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의 매력 A to Z를 소개합니다!

크레디아클래식클럽의 무대는 한쪽에는 테이블, 의자, 러그, 축음기가, 다른 한쪽에는 피아노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슈베르트가 문인, 음악가, 화가, 법률가 등의 동료들과 음악을 나누고 시와 문학, 미술을 토론하던 슈베르티아데처럼, 시인 혹은 성악가의 방에 초대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편안한 공간으로 꾸며보고 싶었거든요. 10곡의 가곡이 연주되는 사이 존노, 박현수, 조영훈이 가곡의 A부터 Z까지, 개인적인 경험들도 더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덕에 곡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가 모음 중심으로 발달한 언어라 ‘아모~~~레’처럼 긴 호흡의 모음을 강조하는 것이 이탈리아 가곡의 특징이라는 설명 후에 가곡을 들으면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죠. 

공연마다 1곡을 관객과 함께 불러보는 싱어롱 시간을 갖겠다는 계획은 공연 기획 초기 단계부터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국민 가곡이었던 ‘향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처럼 가곡을 ‘감상하는 음악’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불러볼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거든요. 독일 가곡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이탈리아는 ‘오 솔레 미오’, 프랑스 가곡은 ‘오! 샹젤리제’, 한국 가곡은 ‘첫사랑’으로 존노, 박현수가 직접 출연해서 촬영하고 노래방 화면처럼 따라 부를 수 있게 가사를 붙인 가곡 레시피 영상이 제작되었습니다. 공연 전 미리 예습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예습의 힘일까요? 실제로 싱어롱 시간은 존노, 박현수의 가이드에 따라 한 줄 한 줄 가곡을 자신 있게 따라 부르고, 고음도 거뜬한 관객님들 덕에 회를 더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 박현수 씨가 함께 노래해 주시는 관객분들이 바로 그날의 ‘스페셜 게스트’가 되는 셈이라고 했는데, 스페셜 게스트의 역할을 톡톡히 즐겨주시는 관객분들은 늘 감동입니다.

멜랑콜리, 사랑스런 요정이여,

내 인생을 그대에게 바치오.

그대의 기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 

진정한 행복을 모른다네. 

크레디아클래식클럽의 프로그램북은 가곡집, 어쩌면 시집입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가곡은 원어와 한글로, 한국 가곡은 영어와 한글로 총 40곡의 가곡이 총 112페이지에 담겨 있습니다. 노란색 표지에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라 가까이 두고 가끔 꺼내어 한 페이지씩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보았습니다. 시집의 마지막 한 페이지는 빈 공간으로 남겨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넣어보았습니다. 공연을 보는 동안, 계절을 지나는 동안 일상에서 기억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관객분들이 직접 남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요. 

구독자님의 일상에 시 한 구절만큼의 여백을 선물하고 싶었던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이 11월 3일, 마지막 한국 가곡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공연은 끝나도 가곡은 좋은 친구가 되어, 아름다운 벗으로 구독자님의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곳, 잡화점의 보금자리가 자리 잡고 있는 서촌이 요즈음 더욱 북적이고 있습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운영하는 독립 서점 ‘책방 오늘’ 그리고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철가방요리사의 중식당 ‘도량’까지 모두 방문이 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뿐만 아니라 서촌은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장소예요. 잡화점이 다시 서촌에 자리 잡은 이후로 점원들은 틈만 나면 서촌을 거닐지만 아직도 매번 서촌의 매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답니다💛

오늘은 서촌에 방문 예정인 구독자님을 위해 점원 취향 전시 핫플을 소개해요. 구독자님, 쌀쌀한 늦가을 냄새와 문학의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곳, 여기 어때요?

💚 보안1942

한국 근대문학의 주요 거점지 중 하나였던 통의동 보안 여관. 이곳을 옛 정취 그대로 보존하되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보안1942’는 서점, 카페, 숙박, 전시 등 다양한 서촌을 느낄 수 있는 복합 문화예술공간입니다. 특히 1~3관으로 이루어진 ‘아트스페이스 보안’에서는 장르 불문 색다른 전시가 매번 끊이지 않고 진행되는데요. 현재는 이승애 개인전 <보태닉 드럼> (1관), 전장연 개인전 <무거운 난> (2관),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스크리닝 프로젝트 (3관)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모두 11월 3일(일)까지 이어지니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하나의 장소에서 모두 만나보세요.

💙 그라운드시소 서촌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플랫폼 그라운드시소. 2014년 국내 최초로 반 고흐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큰 화제가 되었고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이에요. 지금은 1969년 설립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포토 북 프로그램과 문학 작품을 독일어로 출판하고 있는 독일의 출판사 ‘슈타이틀’의 모습,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이 곳의 설립자 게르하르드 슈타이틀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 <슈타이틀 북 컬처ㅣ매직 온 페이퍼>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내년 2월 23일(일)까지 오직 책과 종이만이 채워줄 수 있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느껴 보는 거 어떠세요?

💜 재단법인 아름지기

서촌의 숨은 명소 아름지기를 아시나요?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한 마음 하나로 탄생한 아름지기는 우리의 멋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펼쳐집니다. 11월 15일(금)까지 열리는 전시 <방(房), 스스로 그러한>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주거 문화를 탐구해요. 아름다운 전통 한옥의 미를 탐구할 뿐 아니라 전통 건축의 구조, 행태, 소재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살펴보는 한국적 미를 담은 인테리어에 대한 고찰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한국의 주거 문화를 만끽해 보세요. 가을에 방문하면 더욱 운치 있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들썩이는 것은 서점가만은 아닙니다. 그녀의 취향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죠. 한강 작가는 잡화점에서도 최근 자주 소개했던 작곡가인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 중 ‘거울 속의 거울’, 필립 글래스의 에튀드 5번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이 작곡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장 대중적인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불린다는 것이죠.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근래에는 ‘네오 클래식’이라는 이름 아래 조금 더 사색적이며 명상적인 음악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갈수록 복잡하고 바빠지는 현대사회에서 추구하는 음악적 현상일지도 모르겠네요. 구독자님의 평온한 한 주를 응원하며, 오늘은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려드릴게요.

🎵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 Rose Bay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미니멀리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음악가입니다. 저, 묘점원도 너무 좋아하는 음악가예요.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네오 클래식’ 작곡가가 아닐까요? 그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2025년 6월에 예정된 영국 로열 앨버트 홀의 5회차 공연이 이미 매진되었으며, 이탈리아의 대형 원형극장인 베로나 아레나도 매진시킬 정도죠. 에이나우디가 새 앨범 <The Summer Portrait>을 내년 1월 31일에 발매합니다. ‘끝나지 않은 여름의 추억’을 주제로 2년간 작업한 13개의 곡이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중 10월 8일에 먼저 공개된 싱글 ‘Rose Bay’를 들어보세요. 시드니 베이 주변의 물 위를 움직이는 배들을 바라보며 떠오른 곡이라고 해요.

🎵 필립 글래스 - 에튀드 No. 6 (연주: 유자 왕)

필립 글래스는 미니멀리즘 음악의 선구자적인 작곡가로 대표되는 음악가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반복 구조의 음악을 쓰는 맥시멀리스트”로 불러달라고 항변했다고 하죠.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영화음악 감독 박찬욱은 글래스를 “우리 시대의 모차르트 같은 사람”이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래스의 에튀드(연습곡)는 글래스 자신의 피아노 연습을 위해 작곡된 곡입니다. “다양한 템포와 텍스처, 테크닉을 탐구하고 싶었다”며 에튀드를 작곡했다고 설명합니다. 20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에튀드 중, 유자 왕의 연주로 6번을 들어보세요. 한강 작가가 ‘침묵이 있어 좋다’고 언급한 5번과는 대조적으로, 역동적이며 고조되는 감정이 귀에 확 꽂히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