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묘점원입니다. 

추석 연휴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 현대음악의 거장,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삶과 음악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르보 패르트: 푸가를 위한 24개 전주곡> 상영회에 다녀왔습니다. 2002년에 개봉된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딥리스닝 ECM 전시를 앞두고 이번에 처음 공개되었다고 하네요. 

전 이 영화를 보고 아르보 패르트의 팬이 되었습니다. 소박한 일상, 순수한 모습과 음악에 대한 겸손한 태도뿐 아니라, 악한 생각이 깃들지 않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한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중, 음의 울림에 대해서 설명할 때 기억나는 말이 있어요. 

‘모든 풀잎마다 꽃으로 피어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패르트 음악이 가진 고요하고도 맑은 감수성을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오늘도 음악이 구독자님의 마음을 울리는 선물이 되길 바라며 108호 잡화점 문을 엽니다. 

🎹 거장 대신 무대에 오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다리 부상을 입은 안드라스 쉬프를 대신해 BBC 프롬스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난 9/12(목), 안드라스 쉬프는 로열 알버트 홀에서 바흐의 ‘푸가의 예술’을 연주할 예정이었는데요. 다리 골절로 인해 부득이한 불참 소식을 알린 그를 대신해 조성진이 라벨의 <거울> 중 2,3,4번과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이탈리아’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조성진은 지난 8월 말, 루체른 페스티벌에 기존 협연자였던 쉬프의 무대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는데요.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최고의 연주를 선보인 조성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안드라스 쉬프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 사후 233년 만에 신곡 발표한 모차르트?!

얼마 전 독일 라이프치히 시립 도서관에서 모차르트의 미공개 곡이 발견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죠. 현악 트리오를 위한 7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모차르트가 10대 초반의 나이였던 1760년 중후반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도서관 연구원들이 모차르트의 음악 작품에 대한 아카이브인 '쾨헬 카탈로그'의 최신판을 편집하던 중 발견되었다고 해요. 악보는 아쉽게 원본이 아닌, 1780년대 복사된 사본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무려 233년 만에 발표된 모차르트의 컴백 소식, 새롭게 공개된 그의 음악이 공연장에 울려 퍼질 순간을 기대해 봅니다.

🏆 막을 내린 ‘2024 리즈 피아노 콩쿠르’

안드라스 쉬프, 김선욱을 배출한 리즈 피아노 국제 콩쿠르가 지난 주말(9/21) 막을 내렸습니다. 다섯 명의 결선 진출자 중 우승자는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제이든 아이직-주르코(24세)인데요. 젊은 나이가 눈에 띄는 그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며 우승을 차지했죠. 3년마다 영국에서 열리는 리즈 콩쿠르의 우승자는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과의 협연, 런던 위그모어 홀 데뷔 등의 베네핏을 받게 되는데요. 앞으로 다양한 활약을 선보일 그의 모습을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클래식계 금메달리스트, 아르보 패르트

지난 107호에서 소개해 드린 아르보 패르트를 기억하시나요? 아르보 패르트가 RPS(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금메달을 수상하였습니다.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이 메달은 1871년부터 수여되기 시작되어 브람스, 엘가, 스트라빈스키가 이름을 올렸죠. 최근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다니엘 바렌보임, 미츠코 우치다, 존 윌리엄스, 안네-소피 무터 등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여담으로, 메달의 모양은 베토벤에게 교향곡 9번을 의뢰했던 RPS의 역사를 담아 그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고 해요.

🚀 이 연주는 우주에서 시작되어.. 우주선에 울려 퍼진 음악

구독자님, 얼마 전 민간인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셨나요? 바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 X가 우주선을 발사한 것인데요. 임무를 수행한 ‘폴라리스 던’ 팀의 엔지니어, 사라 길리스가 우주선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 연주된 곡은 영화 <스타워즈> OST 중 ‘레이의 테마’로, 지구에 전송된 연주 영상은 미국, 아이티, 브라질 등 전 세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더해져 재탄생되었는데요. ‘회복력의 하모니’란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은 세인트 주드 어린이 병원과 엘 시스테마 USA의 기금을 마련하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우주에서 시작된 음악을 감상해 보세요!

구독자님의 최애 음식은 무엇인가요? 둥점원은 워낙 ‘먹는 거 좋아’ 인간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 선별하는 것 보다 싫어하는 음식을 말하는 게 더 빠를 정도인데요. 그래도 굳이 최애 음식을 하나 말하자면 ‘바게트샌드위치’를 꼽고 싶어요.🥖 프랑스 유학 시절, 가난한 유학생에게 최고의 가성비+맛도리 조합이었기에 여전히 바게트샌드위치만 먹으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샘솟고 행복해지더라고요. 여기에는 고되지만, 찬란했던 기억의 맛도 포함이겠죠? 그렇다면 천재라 불리던 세기의 작곡가들은 어떤 음식을 선호했을까요? 오늘은 먹는 것을 사랑했던 이들의 음식 취향을 알아보겠습니다.🍔

🍖 인생이란, 먹고! 사랑하고! 노래하며! 소화하는 것! 최고의 맛잘알_로시니

돌연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알라 로시니(alla rossini)라는 음식 조리 비법을 탄생시킬 정도로 음식에 진심이었던 로시니는 모든 음식을 사랑했습니다. 특히 송로버섯을 정말 좋아했는데요. 오죽하면 로시니가 일생에 세 번 울었다는 일화의 세 번째 눈물이 바로 뱃놀이에 싸 갔던 송로버섯을 가득 채운 칠면조가 강물에 빠졌을 때라고 해요. 그가 개발한 메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투르네도 로시니’입니다.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을 소고기에 듬뿍 올린 고급 요리인데요. 그러고 보니 마지막까지 송로버섯이 빠지지 않네요! 

🍯 어디서든 달콤한 꿀만 있다면..! 꿀 사랑단_스트라빈스키

스트라빈스키가 벌꿀을 좋아했다는 사실은 뜻밖의 인물과 함께한 일화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라흐마니노프인데요. 두 작곡가는 꽤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서로를 만나본 적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딱히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겹지인이었던 지휘자의 소개로 함께하게 된 어색한 저녁식사에서 라흐마니노프는 스트라빈스키가 꿀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스트라빈스키는 며칠 후, 자기 집 앞에 자연산 꿀로 가득 찬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 있는 라흐마니노프를 마주하게 되죠. “벌꿀이에요. 당신이 좋아한다기에..” 꿀처럼 서윗한 일화 아닌가요?

🥚 흰색 음식(만)이여 나에게 오라~ NO 다른 색! YES 흰 색!_에릭 사티

에릭 사티의 일상은 그의 작품세계만큼이나 독특했습니다. 그는 외출 시 항상 회색 벨벳 수트를 입었는데요. 12벌의 똑같은 옷을 한꺼번에 주문해서 한 개가 닳고 닳을 때까지 입고 그다음 옷으로 넘어갔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사후 6개의 멀쩡한 수트가 남아있었다고…😅 그뿐만 아니라 오로지 흰색으로 이루어진 음식만을 고집했는데요. 달걀, 설탕, 송아지 고기, 코코넛, 쌀, 순무, 흰 치즈, 흰 물고기 등등 흰 색 음식만을 섭취했습니다. 여담으로 그는 식사 중 절대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말을 하면 음식물로 목이 막혀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에요. 정말 기묘하면서도 독특하죠? 

🥬 물, 과일 그리고 시금치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엄격한 베지테리안_말러

말러는 바그너에게 음악과 더불어 채식 위주의 식습관 역시 영향을 받았습니다. 1883년, 모라비아(Moravia)에서 지휘자로 활동했을 당시 함께 공연하던 연주자들과 함께 간 술집에서 와인, 맥주, 스테이크 대신 물과 사과 그리고 시금치를 주문한 것은 당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가끔은 고된 지휘로 인해 소진된 체력을 말러도 어찌할 수 없는 날이 있었고 이럴 땐 레스토랑에서 ‘고기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 스테이크를 주문했다고 하네요!

(📝 오늘의 취향일지는 음식을 사랑한 15명의 작곡가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구독자님, 지난해 프랑스의 영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주최한 자선 행사에서 걸그룹 블랙핑크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바이올리니스트를 기억하시나요? 블랙핑크의 노래 ‘Shut Down’에서 샘플링된 원곡 라 캄파넬라를 연주, 센세이션한 무대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주인공. 바로 ‘바이올린 신동’으로도 유명한 다니엘 로자코비치입니다. 

2001년생으로 올해 23살인 로자코비치는 6살이 되던 해 바이올린을 시작했는데요. 남다른 재능에 어려서부터 게르기예프와 플레트네프 등 거장들로부터 멘토링을 받았죠. 그리고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모스크바에서 협연 무대로 데뷔해 세계 클래식계에 혜성으로 떠올랐습니다. 2016년에는 15세의 나이로 도이치그라모폰과 최연소 전속 아티스트 계약을 맺기도 했고요.

사실 수많은 ‘신동’ 음악가들이 매년 떠오르고 또 저물기도 하지만 다니엘 로자코비치는 꾸준히 음반 및 연주 활동을 통해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한 새 음반에서 로자코비치는 그의 멘토 중 한 명인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작업했는데요, 신동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더욱 깊어진 로자코비치의 음악 세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바흐 -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알라망드’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은 가장 사랑받는 바흐 무반주 작품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샤콘느 또한 파르티타 2번에 속해 있죠. 로자코비치는 얼마 전 부천에서 열렸던 내한 공연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 3번을 연주했었는데요. 오늘 들려드릴 연주는 로자코비치가 10대의 어린 나이에 연주한 영상임에도 우아하고 장중함을 잃지 않는 품위 있는 연주가 돋보입니다.

🎵 그리그 -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 그리그가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대문호인 헨리크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를 위해 작곡한 모음곡 중 한 곡으로, 버려진 사랑에 관한 곡으로 슬픔과 희망이 어우러진 애절한 멜로디가 특히나 마음에 와닿는 곡입니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전주에 흐르는 하모니카 선율이 이 곡에서 따오기도 했죠. 로자코비치와 플레트네프의 연주로 들어볼게요.

✔️ 첼리스트 문태국의 필생 프로젝트,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레코딩이 워너클래식 레이블로 10/7(월) 발매됩니다. 앨범 발매를 기념한 전곡 연주회도 10/26(토) IBK 챔버홀에서 열리니 놓치지 마세요. 

✔️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종횡무진, 다양한 활약은 가을에도 계속됩니다. 10/2(수) 강동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 진행을, 10/8(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요. 10/4(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도 특별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래요. 앞으로도 대니 구의 활약에 귀 기울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