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둥점원입니다.

유독 보름달이 뜨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연중 으뜸 명절인 ‘추석’인데요.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역시 본격적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그날이 다가오고 있답니다💛 올해 보름달이 뜨는 날은 추석 당일인 17일, 그리고 달이 태양의 반대쪽에 위치해 완전한 둥근 달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다음 날인 18일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추석연휴뿐만 아니라 10/1 임시공휴일, 10/3 개천절, 10/9 한글날 등 줄줄이 다가오는 연휴가 기다리고 있는 올해! 구독자님은 무엇을 하며 연휴를 보낼 예정인가요?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을 의미한다고 해요.

다가오는 달이 유난히 밝고 예쁜 그날, 구독자님이 보름달에게 빈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오늘의 잡화점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달도 없는 캄캄한 밤이었다. 

라디오를 틀었는데, 내가 전혀 모르는 음악이 나왔다. 

그 음악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미칠 듯이 좋은 그 음악의 정체를 모르는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만프레드 아이허 인터뷰 중- 

재즈 및 현대음악 레이블로 인정받는 ‘ECM’은 명상적인 음반 재킷, 특유의 투명한 사운드로 유명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등 여러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들도 ECM을 통해 여러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원래 재즈 음악을 소개하는 음반사였던 ‘ECM’이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게 된 계기는 ECM의 설립자이자 프로듀서인 만프레트 아이허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한 음악’ 때문이었습니다.

그 음악은 바로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선보이는 'ECM 뉴시리즈(ECM New Series)’가 시작된 계기가 된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Tabula Rasa입니다. 패르트가 1977년에 작곡한 Tabula Rasa(타불라 라사, '백지 상태'라는 뜻으로, 감각 이전의 상태를 의미)는 두 대의 바이올린, 프리페어드 피아노, 그리고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에게 헌정되었습니다. 현대적이면서도 장엄하고 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 곡은, 현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 곡에 매료된 만프레드 아이허는 기돈 크레머, 키스 자렛 등과 함께 패르트의 작품을 처음 녹음했고 1984년 [아르보 패르트: 타블라 라사]를 발매하면서 패르트의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ECM 뉴 시리즈는 많은 현대 작곡가의 작품이 빛을 발하게 했을 뿐 아니라, 고전 작곡가들의 작품도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르보 패르트는 ECM의 음악을 대표하는 중요한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The Most Beautiful Sound Next to Silence(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ECM의 모토는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을 설명하는 문구로 자주 사용됩니다. 패르트는 1976년 종소리에서 영감을 받은 '틴티나불리(Tintinnabuli, 종 소리)'라는 작곡기법을 개발했는데요. 그의 음악은 단순한 리듬과 선율을 통해 신비롭고도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서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합니다. 마치 "종 소리"처럼요.

"나는 단 하나의 음으로도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르보 패르트- 

사실 ‘아르보 패르트’란 이름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도 몰라요. 그래도 영화 <그래비티>의 트레일러, <어바웃타임> 등에 사용된 ‘거울 속의 거울(Sipegel im Spiegel)’은 한 번쯤 들어본 유명한 곡입니다. 영화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패르트의 '베를린 미사(Berliner Messe)'가 삽입되기도 했구요.

그리고 올해 ‘ECM 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음반, [아르보 패르트: 타불라 라사]가 발매 40주년을 맞아 재발매되었는데요. 이를 기념해 아주 특별한 전시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음악’을 전시합니다. 딥리스닝 ECM <아르보 패르트: 타불라 라사>

9월 27일(목)부터 10월 27일(일)까지 한 달간 열리는 전시 '딥리스닝 ECM <아르보 패르트: 타불라 라사>'는 한 장의 음반에 담긴 음악을 깊게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프롤로그, 5개의 파트,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전시는 아르보 패르트의 걸작 음반 <타불라 라사>를 중심으로, 그 음악을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CD, 카세트테이프, 바이닐 등 다양한 포맷으로 그의 음악을 경험해본다는 것이 신선한데요. 각 포맷이 주는 독특한 감성을 통해 우리는 음악을 여러 차원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 전시와 달리 시간별로 15명 내외의 관람객들이 음악에 따라 공간을 옮겨가며 음악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도 선사합니다.

이 특별한 전시에 구독자님을 초대하고 싶어요! 

현대음악의 거장,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을 입체적으로 딥(Deep)하게 듣고 싶은 분 5명을 추첨하여 '딥리스닝 ECM <아르보 패르트: 타불라 라사>' 전시에 초대할게요! 

지난주, 잡화점을 통해 여러 번 소개되었던 크레디아 파크콘서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n개월 간 준비한 크레디아 파크콘서트의 첫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야외 콘서트를 기획하며 점원들이 무엇보다 신경 썼던 것은 바로 날씨였는데요. 5년 전 태풍으로 인해 체조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되었던 적이 있었기에, 4개의 기상 어플을 비교하며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우천 시 대비 사항을 거듭 점검하고, 우비를 입은 채 땀을 흘리며 세팅하니 다행히도 맑아진 하늘이 점원들을 반겨주었죠. 하지만 밤부터 아침까지 내린 비로 물 웅덩이가 생긴 몽골 텐트에 눈물 흘리며 대기실 배치를 옮기고 세팅을 다시 정리했다는 사실..! 🤣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기 위해 캐노피를 설치하고 리허설을 진행했던 첫날 <음악의 숲> 현장과는 달리, 둘째 날 <디즈니 인 콘서트> 부터는 뜨거운 햇볕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휴대용 선풍기를 챙겨 온 단원부터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 디즈니 싱어들까지 각자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죠.😎 특히 마지막 날 <랩소디 인 블루> 리허설 현장에선 더운 날씨가 무색하게 고잉홈프로젝트의 배치, 연출 등을 열정적으로 챙겼던 손열음 감독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대기실 냉장고에 있는 물과 음료는 눈 깜짝할 새 사라졌고요. 스태프들도 매일 아침 팔토시와 넥 쿨러를 착용한 채 모기 퇴치제를 온몸에 뿌리며 시작했습니다.

야외 공연의 힘듦이 있었다면, 야외 공연만의 장점도 있었죠! 

줄 서서 먹는 핫플인 타코부터 닭강정, 피자 등 F&B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연주자들과 나눠 먹었기도 했고요. 잠시 쉬는 시간엔 돗자리에 슬쩍 누워 보기도 했어요. 리허설 땐 무대 앞 잔디에 앉아 구경하며 스태프만의 특권도 맘껏 누렸습니다. 무엇보다 점원들이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순간은 가득 찬 관객석을 바라봤을 때였는데요. 일반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광판 이벤트부터 크클클 지기들이 직접 진행한 촬영 이벤트까지! 공연을 기다리며 뛰어노는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며 피크닉을 즐기던 가족 관객도 기억에 남아요. 시원한 맥주와 하이볼을 마시며 관람하던 관객들의 표정과 춤을 추고 들썩이며 음악을 즐기던 모습 모두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궁금하시다면 크레디아 인스타그램으로 놀러 오세요!

3일 동안 공연을 관람하러 오신 2만 여명의 관객 여러분들, 모두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푸른 잔디를 베개 삼아, 선선한 바람을 이불 삼아, 은은한 노을을 조명 삼아 펼쳐진 파크콘서트. 구독자님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길 바라며, 오늘의 업무일지를 마칩니다.

구독자님은 "피아노의 신"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이 세상엔 위대하고, 존경할 만한 피아니스트가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가장 먼저 예프게니 키신(Evgeny Kissin)이 떠오릅니다. 이름도 "신" 그 자체인 키신은 어렸을 때부터 워낙 신동으로 유명해져서 연주 활동을 시작한 케이스죠. 한국에는 2006년 처음으로 내한하여 공연을 가졌고, 그때부터 매 공연마다 최다 관객 동원은 물론 전석 매진 신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본 공연만큼 수많은 앙코르곡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집에 일찍 보내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고요!

저 혬점원은 2021년 내한 리사이틀이 끝나고 서울 구경을 하고 싶어 하는 키신을 위해 일일 가이드가 되어 창덕궁과 북촌 한옥마을을 이리저리 누빈 적이 있는데요. 비원 관람 중 문화 해설사님께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던 모습과, 북촌 포토스팟에서 찍어드린 인생샷에 만족하시던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겨울추위에도_보람가득했던_순간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11월, 키신이 또 한 번 한국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예정인데요. 오늘의 비지엠은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만날 생각에 설레는 점원들의 마음을 담아 선곡해 봤습니다. 

🎵 Chopin - Fantaisie, Op. 49

작품에 ‘Fantasie(환상)’이라는 제목이 들어가 있는 쇼팽의 세 작품 중 하나인 판타지(작품번호 49)는 일종의 규칙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을 갖고 있으며 그의 개성과 예술적인 감각을 잘 보여주는 곡입니다. 쇼팽은 이 작품을 작곡한 뒤, “하늘은 밝지만, 내 마음은 슬픔에 잠겨 있다”고 편지에 적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화려하고 열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우울함이 스며 있는 듯합니다. 쇼팽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여겨지는 판타지, 오늘은 1985년 13살이었던 신동 키신의 연주로 들어볼게요.

🎵 Rachmaninov - Prelude, Op. 23 No. 5

앙코르 장인! 첫 번째와 두 번째 내한 때 무려 1시간에 걸쳐 10곡의 앙코르를 선보이며, 키신의 공연은 3부로 이어진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한 키신. 그래서인지 유튜브에 ‘키신 앙코르’만 검색해도 수많은 영상이 나오곤 하죠. 그중 2000년 프롬스 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협연을 마치고 앙코르로 선보인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23-5는 어두운 느낌의 멜로디와 행진곡풍의 리듬의 조화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강렬하고 힘 있는 라흐마니노프의 명곡을 키신의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들어 보겠습니다.

✔️ 제199회 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 <Mozart Requiem>에 테너 존 노가 함께 합니다. 모차르트의 위대한 작품 세계를 조명 할 이번 공연은 9월 13일 (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질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첼리스트 홍진호의 <음악적 하루>가 춘천문화예술회관(9/19)에서 펼쳐집니다. 이번 공연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노영심과 함께 할 예정인데요. 일상 속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음악적 하루’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제6회 어텀실내악페스티벌에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 합니다. 문태국은 9/26~28 총 3일 간 모차르트, 브람스, 스메타나의 음악을 선보입니다. ‘첫 마음’이라는 페스티벌의 표제와 어울리는 설레임과 열정이 가득한 페스티벌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