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현점원입니다.
지난주 잡화점은 새 보금자리로 이사 왔습니다.
54통의 편지를 띄웠던 낙원동을 떠나 경복궁 옆 마을, 서촌에 자리 잡았는데요. 잡화점이 처음 문을 연 이곳으로 되돌아오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좁다란 골목이 매력적인 서촌은 여전히 고즈넉합니다.
인왕산 자락을 배경으로 한옥의 예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죠. 특히 조선시대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가 머물렀던 동네였던 만큼 곳곳엔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가득해요. 박노수 화백의 작품이 가득한 미술관부터 윤동주 하숙집 터, 이상의 집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발견할 서촌의 모습을 구독자님께 소개해 드릴게요.
돌담 너머의 나무가 초록을 머금은 여름. 새롭기도, 익숙하기도 한 이곳에서 오늘도 구독자님께 편지를 보냅니다. 슬기로운 서촌 생활, 다시 시작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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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전 세계 수많은 공연장에서뿐만 아니라 무너진 베를린 장벽 앞, 9·11 테러 추모식, 르완다 학살 추모식, 판문점 등 역사적인 순간과 장소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이라고 하면 어떤 곡이 떠오르시나요? 오늘은 클래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바로 그 작품,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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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주 악기를 위해 작곡된 가장 위대한 작품
‘첼로의 성서’라고 불리며, 첼리스트라면 누구나 거쳐 가야 할 레퍼토리. 첼로라는 악기가 낼 수 있는 모든 기교와 넓은 감정 표현, 선율의 짜임새와 풍부한 아이디어로 뛰어난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 모두 바흐 무반주 모음곡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바흐 나이 30대 초반에 작곡된 이 곡은 바흐의 음악 인생 중 유일하게 교회가 아닌 세속 궁정에 봉직하던 쾨텐 시절의 산물로, 악기 자체가 지닌 잠재력과 이상적인 사운드를 추구했던 바흐의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심미안이 돋보이는 레퍼토리입니다. 종교가 아닌 세속적인 이상향을 추구하기 위해 작곡된 이 음악이 정작 오늘날에는 ‘첼로 음악의 구약 성서’로 불리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 어쩌면 우리는 이 작품을 몰랐을 수도 있다?!
지금이야 모든 첼리스트가 필수로 연주하는 곡이자,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이 곡이 콘서트 레퍼토리로 정착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답니다. 160여 년 동안이나 잠들어 있었던 이 모음곡의 악보를 처음 찾아낸 인물은 바로 첼로계의 전설, 첼로의 성자라고 불리는 파블로 카잘스였습니다. 13살이었던 카잘스가 바르셀로나의 한 고서점에서 낡은 필사본을 발견한 것이죠. 그러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첫선을 보인 것은 그로부터도 12년이 흐른 뒤였고, 모음곡 전곡을 음반으로 녹음한 것은 그의 나이가 환갑이 다 되어간 1936년이었습니다. 작품을 대하는 거장의 오랜 망설임과 신중함이 이 곡을 더 신성시하는 데 일조한 것 같네요.
🗣 첼리스트 에피소드 제조기!
세계적인 첼리스트라면 누구나 저마다 이 곡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갖고 있답니다. 이 곡을 세상에 선보인 카잘스는 96세로 타계하기 직전까지 일과처럼 매일 이 곡을 연습했다고 하고, 20세기 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부서진 장벽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며 새로운 세상을 찬미했죠. 25세였던 미샤 마이스키는 97세의 파블로 카잘스 앞에서 바흐 무반주 모음곡 2번을 연주해 “아주 설득력 있는 연주”라는 칭찬을 들었다고 하고요. 요요 마는 첼로를 처음 잡기 시작했던 네 살 때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해, 다섯 살 때는 외워서 연주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였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에게 첫 그래미상을 안겨준 것도 30세가 되기 직전인 1985년 처음으로 레코딩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었고요!
💿 수많은 레코딩 떡밥에 행복해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수많은 첼리스트에게 영감을 준 작품인 만큼 수많은 명연주와 명반 또한 존재하는데요. 위에 언급된 첼리스트들인 파블로 카잘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요요 마, 미샤 마이스키 외에도 피에르 푸르니에, 야노스 슈타커, 안너 빌스마가 연주한 버전도 모두 들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려요. 워낙 많은 첼리스트들이 연주하고 녹음했기 때문에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특히 요요 마와 미샤 마이스키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음반을 세 번이나 발매했는데요, 같은 곡이지만 연주자가 음반을 녹음한 나이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음악적 해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버전을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요. 바로 첼리스트 문태국이 연주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입니다. 10월에 워너클래식 음반 발매와 예술의전당에서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리사이틀을 선보인다고 하는데요. 문태국의 바흐, 파블로 카잘스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야노스 슈타커상 수상자인 그의 이력과 저 혬점원을 믿고 꼭 한 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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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객원 감점원입니다. 저는 지난 6월 15일부터 28일까지, 총 19명의 회원님을 모시고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를 거쳐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북유럽 뮤직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뉴스레터는 저에게도 익숙한데요. 크루즈에서도 매일 뉴스레터를 배달했거든요. 크루즈가 망망대해에 있을 때는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아침 캐빈으로 뉴스레터를 배달한답니다. 아침마다 받는 편지, 낭만적이죠?
‘뮤직 크루즈’는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진행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올해 6년 만에 다시 출항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답다는 백야의 계절에 맞춰 시작되었어요.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가장 가 보고 싶어 한다는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 노르웨이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 덴마크 코펜하겐의 DR콘체르트하우스 등 작품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북유럽 공연장들을 방문해 최고의 공연장 그리고 크루즈 선상에서 총 14회의 공연을 관람하는 꿈 같은 음악 기행이 이어졌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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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일정 내내 알차게 이어지던 음악평론가 유정우 선생님의 풍부한 음악 해설과 인문학 렉처 그리고 다니엘 호프, 롤란도 비야손 등 세계 최고 클래식 아티스트들과 함께 크루즈선에 동행했던 흔치 않은 경험까지😘 황홀한 일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14일의 여정이었는데요. 그중 특별한 경험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리자면,
1️⃣ 철통 보안으로 유명한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 공장을 방문했답니다.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이곳에서 클럽발코니만을 위한 프라이빗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감점원의 끈질긴 노력 끝에 3년 만에 성사 완료!😉) 투어 당일, 귀도 짐머만 대표가 직접 환대를 해주는 진귀한 경험까지! #완전 럭키잖아
2️⃣ 뮤직 크루즈의 가장 큰 장점은 숙소를 옮겨 다니며 장거리를 이동하는 불편함 없이 밤사이 유유히 항해하는 크루즈를 타고 아침마다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마주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특히 공연장 옆에 항구가 있는 경우에는, 크루즈가 우리들의 전용 리무진이 되어 공연장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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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크루즈에서 매일매일 꿀잠을 주무셨다는 회원님들의 후기도 기억에 남아요. 이는 요람이나 부모 품 안에서처럼 반복되는 움직임과 진동으로 인하여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네요! 아름다운 음악과 편안한 수면(?)이 보장된 ‘클럽발코니 뮤직크루즈’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크루즈에서 구독자님을 만나게 되길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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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리히텐슈타인에 있는 멋진 레코딩 스튜디오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죠? 이번에도 특별한 레코딩 세션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레코딩의 이름은 ‘미니멀리스트 레코딩 시리즈’입니다. 단 하나의 스테레오 마이크를 사용하여 한 번에 녹음하는 레코딩 세션인데요. 보통 레코딩을 진행할 때 악기별로 다른 트랙에 녹음하는 멀티트랙 레코딩이 일반적인데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멀티트랙 레코딩의 기술도 발전해 왔습니다.
이 ‘미니멀리스트 레코딩 시리즈’를 기획한 존 쿠니베르티는 원마이크 레코딩에 대해 ‘아티스트가 자신의 무대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편집도 없이 아티스트가 불완전함까지 포함된 정직한 무대이자 ‘음악적 친밀감’이 높은 라이브라고요.
원마이크 레코딩과 멀티트랙 레코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오늘 한번 비교하면서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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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David Grisman Quintet - Bells Of Camoglia
미니멀리스트 시리즈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주로 재즈, 포크 아티스트들이 많은데요. 그중 오늘 소개해 드릴 데이비드 그리스먼 퀸텟(The David Grisman Quintet)은 1975년에 결성된 재즈 밴드입니다. 데이비드 그리스먼은 만돌린 연주자로 그의 음악은 재즈, 블루그래스, 포크 음악을 결합하여 ‘Dawg Music’로 부른다고 한다네요. 재즈, 블루그래스, 포크가 묶이면 어떤 음악이 될까요? 저는 미국 서부의 초원이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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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hler - Symphony No. 5 in C-Sharp Minor: IV. Adagietto (Arr. for Cello and Harp by Mischa Maisky)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2018년 70세를 기념하여 발매한 2018년 앨범 <아다지에토(Adagietto)>에는 마이스키만의 멀티트랙 레코딩 작업이 담겨 있습니다. 혼자 여러 개의 파트를 연주하여 녹음한 것인데요. 마이스키는 이 작업에 대해 "혼자 여러 개의 파트를 소화해 내는 작업 방식에 매료돼 왔다"며 "각각의 악기들이 서로 음악적 대화를 나누고, 소리들이 점차 얽히면서 역동적인 하나의 전체를 이뤄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한 명의 연주자가 멀티 트랙 레코딩을 활용하여 만들어 낸 음악 어떤 특별함이 있을지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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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4(11/3)> 마지막 공연의 티켓이 오픈되었습니다. ‘가곡’을 주제로 4월부터 전 세계를 누빈 이번 공연의 마지막 종착역은 우리의 정서를 가득 담은 ‘한국 가곡’으로 꾸며집니다. 테너 존노,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박현수, 피아니스트 조영훈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우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 10월 26일(토) 오후 2시&8시 첼리스트 문태국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리사이틀이 펼쳐집니다. 워너클래식 2집 음반 발매 기념이기도 한 이번 리사이틀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통해 첼로라는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기교와 감정을 모두 선보일 예정입니다. 8월 초 티켓이 오픈됩니다.
✔️ 12월 28일, 한국 클래식계의 빛나는 젊은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섭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양인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그리고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까지! 7월 말, 티켓이 오픈될 예정이니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찬란한 무대를 가장 먼저 선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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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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