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를 준비하는 오늘은 언론에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 시사회 소식이 한창이네요. 지난해부터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을 화제작이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미나리에서 엄마이자 아내 '모니카' 역할을 맡으신 한예리 배우에 특히 애정이 갑니다. 왜냐고요? 한예리님은 저희 크레디아 잡화점과도 인연이 깊거든요.

벌써 4년 전인 2017년, 혹시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디토 페스티벌의 시리즈 중 하나였던 <디토 카니발-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공연을 기억하는 분이 있나요? 바로 그 무대에서 예리배우가 '앨리스'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어 주셨답니다. 공연이 딱 하루였기 때문에 보신 분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아껴뒀던 실황 사진을 독자분들께 살짝 공유합니다!(클릭) (feat.반가운 얼굴들)

마침 지난 주 부터는 공연장과 함께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되어 영화관에서도 일행과 함께 관람 가능하다는 반가운 얘기도 들려오네요.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고 있는 이 작품이, 작년 <기생충>의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공연장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국내 공연업계는 조금씩 공연을 재개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뉴욕 카네기홀은 지난 18일, 2021 시즌 공연을 7월까지 모두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말 연초에 어떤 프로그램이 오픈하는지 항상 살펴보던 저로서는 아쉬운 소식이 아닐수 없네요. 2021/22 시즌 전체가 취소된 것은 카네기홀이 개관 후 130년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2021 시즌까지 취소되었고요. 대신 카네기홀은 4월부터 Voice of Hope란 주제의 온라인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외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이 모두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2021 프로그램을 1월 28일 오픈했는데요.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문을 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마이스키, 키신, 조슈아 벨 등 세계 최고의 거장 연주자들 뿐 아니라 후지타 마오, 세쿠 카네 메이슨, 키안 솔타니 등 주목할만한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베르비에 페스티벌에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에스메 콰르텟의 공연도 있으니,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기울여 보게 되네요.

현장에서 공연의 실연을 감상하는 것만큼의 감동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프라인 공연들이 줄어듦에 따라 온라인으로 다양한 공연을 만나볼 기회는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주 엘프 필하모닉 홀은 아르헤리치와 함부르크 심포니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실황을 공개했고요. 뉴욕필 홈페이지에서도 몇 개의 실황라이브 음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런던심포니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YoutubeSunday, Lockdown Listening, Coffee session 등 코로나 이후에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공연실황, 연주자들이 집에서 촬영한 연주 등 다양한 영상들을 올리고 있어요. 그 어느 오케스트라보다 활발하게 컨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고 있어 저도 즐겨보고 있네요.

한편 저희 잡화점도 온라인으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시도들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2월부터 온라인 공연 시리즈의 첫번째인 ‘진호의 책방’을 시작했습니다. 잡화점에 이은 책방 오픈! 놀러와주실거죠? 어제 국악인 이희문과의 첫 공연을 마쳤고, 6월까지 매달 김영소(기타), 최성훈(카운터테너), 이진아(가수), 하림(가수) 등 여러 뮤지션들과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책’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세요! 전 세계의 무대가 안녕하게 되는 그날까지 ^^  

지금 피아노 배우고 계시는 분 있으신가요, Hoxy...? 새해 계획에 ‘피아노 배우기’가 들어 있는 분은요?

저희 잡화점에는 음악과 악기를 전공한 점원도 있고, 그밖에 다양한 전공자들도 있는데요. 인문계 전공자로서 공연 리허설을 진행해온 저는 연주자들을 가까이 볼 때마다 ‘나도 악기 하나 배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 한켠에 늘 있었던 것 같아요. 피아노와 첼로, 가끔은 바이올린이요. 최근에 저의 이런 열망에 불을 지핀 영상이 있었으니... 바로 피아니스트 원재연의 피아노 레슨 중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 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저희 마티네 콘서트인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을 준비하며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원재연 선생님이 조곤조곤 연주 포인트를 알려주시면서 한 마디씩 연주하실 때 마다, 건반 만이라도 눌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라고요. 이런 족집게 과외를 백 번 받아도 영상처럼은 못치겠다 싶지만, 더이상 미루지 말고 한번 해 보자는 동기부여는 확실히 되었던 것 같아요. (결국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레슨을 덜컥 등록했다는 사실..!) 원재연의 고품격 피아노 레슨에는 제겐 너무 어려운 쇼팽의 발라드 1번 연주 꿀팁도 있지만, 독자분들 중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여기 링크를 넣어둘게요. 쉽게 접할 수 없는 꿀팁과 더불어 피아니스트의 설명이 곁들어져 곡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전 편집국장인 앨런 러스브리저가 매일매일 20분씩 꾸준히 피아노를 연습하며, ‘쇼팽의 발라드 1번’에 도전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책도 있다고 하니, 레슨을 기다리며 책 <다시, 피아노> 도 읽어 봐야겠어요. 편집국장답게 유명인들과의 일화도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한다고 하니(<- 묘점원 피셜) 기대가 되네요. 🥰

2016년 크레디아 파크콘서트에서 ‘Over the Rainbow’를 함께 연주한 유키 구라모토 & 이루마 도 빼놓을 수 없겠죠. 지난 해 빌보드 클래시컬 차트 1위를 장기 집권한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20년도 넘게 한국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유키 구라모토가 한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을 보다니요! 이게 바로 세계관 최강자들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앙상블 디토로 오래 호흡을 맞춰온 리처드 용재 오닐 & 임동혁이 비올라와 피아노 듀오가 아닌 피아노 포핸즈 듀오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답니다. 2012년 리사이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이탈리아 폴카를 깜짝 앙코르곡으로 선보였는데요, 즐거워하는 두 연주자의 모습에 보는 제 광대도 내려오지를 않네요!

이외에도 여러분들이 보고 싶은 듀오 조합이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뉴스레터 말미에 설문을 열어두었으니 마음껏 의견 주세요 :)

🎻지난 금요일 코리안심포니와의 협연 무대를 찢어놓으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내일 오후 2시에는, 리사이틀 ‘현의 유전학’ 공연의 합창석을 추가 오픈합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 덕분에 오픈한 좌석이 모두 매진되어버렸거든요.(감사합니다🙇‍♀️) 그리고 공연 예습하시는 분들 계시죠? <일타강사 양인모쌤의 현의유전학 특강> 컨텐츠도 준비 중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소양도 쌓고 음악도 듣는 일거양득 프로젝트, 온라인 북콘서트 <진호의 책방>이 어제(2/22) 첫 무대를 열었습니다. 3월에는(3/29) ‘책과 음악 속의 판타지’란 테마로 호피폴라의 김영소와 함께 합니다. 홍진호가 직접 고른 책, 천선란의 ‘천개의 파랑’ 도 소개해드리고요.  

➕ 레터의 첫머리에 말씀드린 배우 한예리님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을 위해, 비하인드 영상 하나 놓고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