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둥점원입니다.

구독자님은 요즘 대세인 '올드 머니(Old Money)' 스타일을 아시나요? 👚👖

‘조용한 럭셔리’라고도 불리는 이 스타일은, 미국에서 틱톡(TikTok)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오래전부터(Old) 부(Money)를 축적한 ‘모태 금수저’의 옷장에 있을 법한 아이템에 대한 표현으로 직접적으로 화려한 브랜드의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오래 입을수록 아름다운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옷 자체의 소재와 실루엣에 집중한 패션을 지칭한다고 해요 🧶

오래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돌고 돌아 현재를 가리킬 때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데요. 시대를 거듭할수록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는 고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요 🎻🎹🎶

오늘의 잡화점은 ‘올드 머니’같은 음악들을 담고 있습니다. 구독자님의 고전적인 하루를 기원하며 80번째 문을 엽니다.

요즘처럼 한국인 클래식 음악가들의 활약을 자주 접하게 되는 때도 없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미 7~80년대에 대한민국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K클래식의 원조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정명화(첼로), 정경화(바이올린), 정명훈(피아노) 남매, 정트리오인데요. 오늘은 197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천재 남매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 K클래식의 원조, 정트리오

정트리오의 인기는 미국에서 더 높았습니다. 이 세 남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요, 당대 최고의 인기 쇼였던 미국 에드 설리번쇼 출연은 물론, 뉴욕타임스에 특집기사가 실리고, 한국에서도 다큐가 제작되었고요. 정말 정트리오의 활약이 쉴 새 없이 보도되었죠. 세 남매의 어머니 故 이원숙 여사가 쓴 자서전은 자녀를 천재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들에 의해 불티나게 팔렸답니다.

🇺🇸 정트리오의 데뷔는 백악관?

1969년 정 남매는 백악관의 특별음악회에 초대받아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 앞에서 연주하게 되는데요. 이 무대가 사실상 정트리오의 데뷔 무대라고 합니다. 이 음악회는 한국과 관련된 행사가 아닌 방문 중이었던 당시 키징거 서독 수상과 귀빈 앞에서 열린 행사였다고 하네요. 당시 기사에는 천재 음악 가족이라고 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정트리오의 시작, 세상의 모든 남동생이 바쁜 이유

정트리오가 결성된 계기는 말 그대로 우연이었습니다. 정트리오의 맏이, 첼리스트 정명화는 1968년 세계적인 음악 기획사인 콜롬비아 아티스트(현 랑랑, 레이첸 등 소속)와 계약하게 되고, 이 해에 열린 독주회에서 반주를 당시 만 15세의 정명훈이 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본 콜롬비아 아티스트는 트리오 구성을 제안했다고 해요. 정명훈은 1973년, 1978년 누나 정경화의 바이올린 리사이틀의 반주도 맡았답니다.

👩‍👩‍👦 보기 힘들어도 너~무 힘든 정트리오 무대

수많은 특집기사며, 방송이며 시대를 풍미했던 정트리오지만, 정작 한국에서 가진 공연은 손에 꼽습니다. 정명훈은 지휘자로, 정경화, 정명화는 독주자로 각자 바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인데요. 1990년에서야 16년 만에 한국 공연을 가졌고 이후 93년, 95년 공연 후엔 2004년이 마지막 공식 투어였고요. 2011년 비공개로 열린 어머니 추모 콘서트가 이들이 트리오 연주로 뭉친 마지막 무대였어요. 

그리고 다시 10년이 훌쩍 넘어 2023년, 정트리오의 마지막 무대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다만, 이번 무대에는 첼리스트 정명화를 대신하여 정경화와 정명훈의 오랜 음악적 동지인 첼리스트 지안 왕이 함께 하는데요. 1부는 정명훈-지안왕 듀오, 정경화-정명훈 듀오 연주를, 2부에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a단조를 연주합니다. 이 곡은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이란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세계에 한국의 음악가를 알렸던 신동 남매는 이제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으로서 정트리오의 마지막 무대를 올립니다. 이 무대는 위대한 예술가의 인생을 추억하는 아름다운 헌사로 기억될 것 같네요.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를 기념해 여기저기서 팝업이 진행되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가 한창입니다. 지난 59호 편지에서는 피아니스트 랑랑의 디즈니 100주년 기념 음반 [디즈니 북] 발매 소식을 전해드리기도 했죠. 또한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 <위시>가 올겨울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네요. 

매년 많은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 <2023 디즈니 인 콘서트: Beyond the Magic> 투어도 시작이 되었는데요. 어린 아이부터 어른이들까지 객석에 가득한 모습을 마주하니, 한 세기 동안 전 세대의 취향을 아우르는 디즈니 작품들에 눈길이 갑니다. 9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 공연의 티켓 오픈 소식도 함께 전해드려요! 오늘은 점원들이 좋아하는 고전 디즈니 영화와 음악을 소개합니다.🧞‍♂️

🍎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

그림 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월트 디즈니사 최초의 장편 영화로, 세계 최초의 풀 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입니다. 동화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난쟁이들의 도움으로 진정한 사랑을 만나며 마무리되죠. 극 중 백설공주가 부르는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은 마일스 데이비스, 쳇 베이커, 윈튼 켈리 등 수많은 재즈 뮤지션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고요. 프랭크 처칠이 작곡한 난쟁이들의 노래 ‘Heigh Ho’는 록 음악으로 편곡되기도 했습니다.

🤥 피노키오 (Pinocchio, 1940)

<피노키오>의 사운드트랙 ‘When You Wish Upon a Star’은 매 디즈니 영화의 오프닝 로고에 등장하는 배경 음악으로, 현재는 디즈니를 상징하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여담으로 월트 디즈니는 생전에 이 곡을 메리 포핀스의 ‘Feed the Birds’와 함께 가장 좋아한 노래 중 하나로 꼽았다고 해요. 디즈니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이 음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미지와의 조우>(1977) 엔딩 크레딧에 삽입되기도 했습니다. 

🐘 덤보 (Dumbo, 1941)

“걸리적거리던 네 귀 덕분에 너는 위로, 위로, 끝없이 날게 될 거야!”

하늘을 나는 아기 코끼리의 이야기. 영화 <덤보>가 무려 1941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한 <덤보>는 영화계의 거장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실사화되기도 했는데요. 점보와 덤보의 애틋한 모자관계를 노래한 OST ‘Baby Mine’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명곡으로 꼽힙니다.

🌴 정글북 (The Jungle Book, 1967)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 ‘모글리’. 그가 정글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정글북>은 월트 디즈니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마지막 영화입니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실사 영화 <정글북>(2016)으로 재탄생되기도 했죠. 영화의 OST ‘The Bare Necessities’는 등장인물 발루🐻가 노래하는 낙천적인 가사와 함께 경쾌한 선율이 돋보이는 음악으로, 최근 피아니스트 랑랑이 모던 재즈로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 판타지아 (Fantasia, 1940)

디즈니의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으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등 8개의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죠. 1부와 2부, 그리고 인터미션 15분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구성은 마치 음악회를 연상시키는데요.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연주에 참여했습니다. 월트 디즈니는 “판타지아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그것은 10년, 20년 또는 30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내가 사라진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는데요. 오랜 기간 가치를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고전, 클래식이 지닌 힘이 아닐까요?

슬슬 휴가 시즌이 다가오며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이 많죠.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는 길도 물론 즐겁지만, 저를 더 설레게 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여행길에 자주 이용했던 기차에 얽힌 추억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즐겨보던 미국의 시트콤 <빅뱅 이론>의 주인공 셸든 쿠퍼가 기차의 역사, 종류 등 기차에 대한 모든 것을 꿰고 있는 이른바 ‘기차 덕후’였는데요. 기차도 아이돌처럼 덕후가 있구나 신기해하던 것도 잠시...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바로 원조 '기차 덕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난생처음 증기 기관차를 보게 된 여덟 살의 드보르자크는 매일같이 철도 옆에서 기차를 기다려 증기 기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바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차종과 노선도 등을 달달 외웠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중 기차를 표현하거나 기차 소리를 연상케 하는 음들이 실제로 들어가 있는 곡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설레는 기차 여행을 떠나며 들어볼 만한 기차 덕후 드보르자크의 곡을 들려 드립니다.

🚂 “내가 만약 기관차를 발명할 수 있었다면, 내가 쓴 교향곡 전부를 포기해도 좋을 텐데” - 드보르자크

드보르자크_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뉴욕 국립 음악원의 원장으로 취임한 드보르자크는 미국에 체류하면서 9번 교향곡을 발표합니다. 간결한 곡의 형태, 역동적인 리듬, 귀에 쏙 들어오는 선율로 그가 작곡한 교향곡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죠. 4악장의 첫 소절은 증기 기관차가 하얀 증기를 뿜어대며, 점차 에너지를 얻어 질주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연상되는데요. 9월에 찾아오는 지휘자 장한나의 투어 공연에서도 에너지 넘치는 이 곡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