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묘점원입니다.

지난 3월 21일 ‘애플 페이’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출시 첫날 등록 수가 100만 건이 넘으며,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어 애플은 3월 28일에는 애플 뮤직 클래식 어플을 출시했는데요. 애플 뮤직 클래식 앱이 왜 특별하냐고요?

사실 기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구독자님이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에서 뉴진스나 샘 스미스의 최신곡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거에요. 반면, 쇼팽이나 베토벤의 곡을 검색했을 때는 다양한 연주자들이 연주한 버전들이 무질서하게 나오고, 누가 연주했는지도 모르는 곡이 먼저 보이기도 하죠.

애플 뮤직 클래식은 바로 이런 점들을 보완했다고 합니다. ‘작곡가, 작품, 지휘자, 아티스트, 악기 등으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비롯해, 500만 개의 트랙, 주요 클래식 홀과의 제휴를 통해 독점적인 음반도 제공하고요. 클래식 음악에 맞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다만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애플 뮤직 클래식이 서비스되지 않는데요, 애플 페이처럼 애플 뮤직 클래식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지각변동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네요. 더불어 ‘혁신’으로 대표되는 기업인 애플이 새로운 ‘혁신’을 음악의 기초, ‘클래식 음악’으로 시도했다는 것이 제겐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사실, 수백 년 전의 음악으로 우리가 연결된다는 것 자체가 ‘혁신’ 아닐까요? 그 ‘혁신’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구독자님께 애정을 담아 오늘도 편지를 보냅니다.

“너는 훌륭한 목소리를 지녔고, 우리가 함께 음악을 연주하면 좋을 거야. 우리와 함께 브레멘으로 가자.” 

당나귀🐴, 고양이🐈, 개🐕, 닭🐓. 네 마리의 동물들이 음악단원을 꿈꾸며 브레멘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아시나요? 바로 고전 동화 [브레멘 음악대] 인데요. [브레멘 음악대]는 그림 형제가 1819년 발간한 『어린이와 가정 동화』 제2판에 수록된 동화로, 농장을 떠나 꿈을 좇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어떠한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해주며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주인공을 형상화한 동상은 독일 도시 브레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실제로 브레멘의 음악대는 14세기부터 존재했으며 축제 때마다 음악을 연주했다고 해요. 오늘은 동화 [브레멘 음악대]의 배경지로 친숙한 브레멘과 그 안에서 꽃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예술과 자유의 도시, 독일 브레멘

버림받은 동물들이 자유를 찾아 새로운 땅 브레멘으로 향했듯, 브레멘은 긴 자유의 역사를 지녔습니다. 도시의 공식 명칭은 '브레멘 자유 한자시'로, 1815년 빈 의회가 독일을 새롭게 구성할 때도 함부르크와 함께 자유 도시로 남아 있었던 지역입니다. 여느 독일 도시와는 조금 다른 자율적인 분위기에 걸맞게, 브레멘은 독립적인 예술 문화가 발달하였다고 해요. 그중 도시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브레멘 필하모닉은 궁정이나 교회가 아닌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악단인데요. 1825년에 설립되어 1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순수한 개인 오케스트라로 자립성을 가졌으며, 1933년 브레멘 주립 오케스트라로 승격되었다고 해요. 권력의 간섭 없이 200년 가까이 독립적인 예술 활동을 펼친 셈이니, 놀랍지 않나요?

🎼 브람스가 사랑한 악단, 브레멘 필하모닉

브레멘 필하모닉은 작곡가 브람스의 지휘하에 ‘독일 레퀴엠’을 초연한 오케스트라이기도 한데요. 브람스가 10년 동안 작곡한 대작 ‘독일 레퀴엠’은 1868년, 브레멘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클라라 슈만과 막스 브루흐 등 2,5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초연된 음악은 이후 10년간 독일어권 국가에서만 100번 이상 연주되며 대성공을 거두었죠. 브람스와 호흡을 맞췄던 경험 덕분이었을까요? 현재 브레멘 필의 지휘자인 마르코 레토냐는 “브레멘 필은 지금도 브람스의 짙은 음색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언급하며 브레멘 필에 깃든 브람스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자유의 상징이자 브람스가 지휘한 오케스트라. 200년 전통의 브레멘 필하모닉이 4월에 ALL 브람스 프로그램으로 처음 한국을 찾습니다. 첼리스트 문태국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함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연주를 선보이는데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문태국은 “어릴 적부터 브레멘 음악대 이야기를 들어와서 그런지 다른 도시들 보다 더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깊은 역사를 가진 브레멘 필하모닉과 마에스트로 레토냐와 함께 연주하게 되어서 더 기대가 됩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죠. 잡화점에서 공개될 문태국의 브레멘 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한국의 전시회 신드롬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도시 곳곳, 예상치 못한 공간에 이미지를 배치하는 설치미술가 JR의 작품을 아시아 최초로 만나볼 수 있는 <JR: CHRONICLES>, 점과 선으로 하나의 인생을 빚어낸 근현대 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개인전 <Lee Ufan>, 벌써 티켓 사전구매가 매진된 20세기 현대미술사의 거장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등등 다양한 장소에서 다채로운 전시회가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죠.

구독자님, 옷차림이 가벼워진 만큼 콧바람이 절실한 계절🌻 취향 따라 기분 따라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회장 나들이는 어떠신가요?

지난주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 3월 28일 직장암 투병 끝에 별세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제곡 ‘Rain’으로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 골든글로브상 수상 외에도 그래미상까지 받는 등 기라성 같은 업적을 남긴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전 세계적으로 음악인들과 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죠.

사카모토 류이치는 구독자님에게도 매우 익숙할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가 삽입된 ‘전장의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철도원’,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리고 한국 영화 ‘남한산성’ 등 수많은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는데요. 음악 활동 외에도 원전 재가동 반대에 나서는 등 탈핵과 환경,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사회운동가로서의 목소리도 잃지 않아 뛰어난 음악가이자 위대한 시민으로서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사카모토 류이치.

오늘 그의 첫 곡과 마지막 곡을 함께 들으며 먼 길 여행을 떠난 그를 배웅하고자 하는데요. 그가 좋아했던 아래 구절처럼, 그가 떠난 후에도 그의 음악과 정신은 계속 남아 우리에게 위안과 영감이 되어 줄 것입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Ars longa, vita brevis

사카모토 류이치 - Thousand Knives

1978년 발매된 솔로 데뷔 앨범 [Thousand Knives]의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입니다. 레게 풍의 신스팝인 이 곡은 마오쩌둥이 지은 시 ‘정강산’을 사카모토 류이치가 보코더를 입힌 목소리로 읊으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후 피아노 버전 등으로 다시 연주될 때는 삭제되죠. 앨범을 작업할 당시 중국이 마오쩌둥 지배 시기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그런지 당시 사카모토가 품고 있던 중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앨범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